훙치는 1956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지시에 따라 개발에 착수해 1958년 첫 선을 보인 리무진 차량이다. 훙치는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붉은 기를 뜻한다. 한자로 훙치라고 새겨진 브랜드 로고는 마오 주석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훙치는 마오 주석 이후 중국 최고지도자의 전용차로 쓰이면서 ‘중국판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훙치는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1990년대 들어 외국산 고급차와의 경쟁에 밀려 한때 사라질 위기에 빠졌다가 2012년에야 상업생산이 재개됐다. 이 시기 중국 최고지도자들도 훙치보다는 수입차를 전용차로 사용했다. 하지만 시 주석 취임 이후 고위 공직자의 수입차 사용을 제한하면서 훙치는 관용차로서의 위상을 회복했다.
시 주석은 2015년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 훙치 리무진에 올라 중국군을 사열해 주목을 받았다. 훙치는 2014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의전 차량으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해외 순방 때는 훙치를 본국에서 직접 가져가지 않고 상대국 측에서 제공한 차량을 사용해왔다.
이런 관행이 바뀐 건 올해 들어서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아프리카·중동 순방 때 전용기에 훙치 N501 리무진을 실어가 현지에서 사용했다. 지난 17~18일에 열린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브루나이와 필리핀을 차례로 순방할 때도 훙치를 가져갔다. 이달 말 미·중 정상 간 무역전쟁 담판이 열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의 훙치 애용은 중국산 자동차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 더 나아가 중국의 국력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SCMP에 “(시 주석의 훙치 사용은) 중국산 자동차도 국가정상급 의전에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 의지를 드러내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들어 정상 전용차는 각국 자동차 기술과 국력을 과시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한동안 벤츠 리무진을 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2년 자국산 대통령 전용차 개발을 지시, 올해 7월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그 결과물인 ‘아우러스 세나트 리무진’을 선보인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