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외인 100만달러 제한 지켜질까?’ 외부 검증절차 필요

입력 2018-11-23 10:44 수정 2018-11-23 10:45

프로야구 구단들의 외국인 영입 작업이 속도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시리즈가 끝난 지 불과 10여일 사이 5개 구단이 신규 외국인 선수들과의 체결에 이르렀다.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가 가장 발빠르다. 한화는 투수 워윅 서폴드(28)와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또 투수 채드 벨(29)과는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4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KIA는 투수 제이콥 터너(27)와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를 맞췄다. 외야수 제레미 헤즐베이커(31)와는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등 총액 70만 달러에 계약했다.

SK 와이번스는 투수 브록 다익손(24)을 연봉 6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 등 총액 70만 달러에 데려왔다. LG 트윈스는 투수 케이시 켈리(29)와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 등 최대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KT 위즈도 투수 라울 알칸타라(29)와 총액 65만 달러에 합의했다.

한결같이 몸값이 100만 달러를 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지난 9월 이사회 결정을 통해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 총액을 100만 달러로 스스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또 강제 규정도 뒀다. 외국인 선수 계약 규정 위반시엔 해당 계약을 무효로 하고, 선수에겐 참가 활동정지 1년, 구단에는 신인 선수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각 구단들은 협상 진척이 빠른 이유를 바로 이 ‘100만 달러 상한제’의 영향에서 찾고 있다. 일단 100만 달러 이상의 상대적으로 많은 몸값에 좋은 선수를 데려가려는 일본 구단들과의 경쟁이 불가능해졌다는 논리다. 주로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집중하다 보니 무리한 요구도 많이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사전에 선수 정보들을 입수해 면밀한 분석을 거쳐 영입하다 보니 선수 측도 떼쓰기가 쉽지 않다.

신규 외국인이라고 할지라도 몸값 제한은 시장경제에 역행한다. 그러나 현재 구단 사정상 올바르게 정착된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점검을 통해 개선해야할 점들은 남아 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행됐을 때 연봉 상한선은 12만 달러였다. 그리고 2013년까지는 30만 달러였다.

당시 발표액은 대부분 30만 달러였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제법 있던 선수들조차 발표액은 30만 달러였다. 100만 달러 이상을 이면 계약을 통해 보장했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물론 이 당시 계약 실태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없었다. 발표액만 보고 팬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을 스스로 폐지한 것은 각 구단들이다.또 이를 다시 부활시킨 주체도 구단 대표들이 모인 KBO 이사회를 통해서다.

내년 시즌 신규 영입 선수들의 활약상을 지켜봐야겠지만 그전에 앞서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게 우선이다. 세금 계산서 제출은 의무 규정으로 해야 한다. 각 구단이 제시하는 계약서만 봐서는 안 된다. 일정 기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거나 외부 기관의 검증 통해 이면 계약 여부를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100만 달러 상한선이 리그 경쟁력 저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내년 시즌 이후 면밀한 분석 작업을 거쳐야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또다시 몇 년 뒤 폐지되는 악순환을 거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