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분쟁 11년 만에 마침표

입력 2018-11-23 10:30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23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을 열고 이달 1일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모두 수용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논란이 불거진 지 11년 만에 삼성과 피해자 간의 분쟁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으셨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고,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또 “그동안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위험에 대해 충분한 관리를 하지 못했다”면서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반올림 피해자 대표인 황상기(故 황유미씨 아버지)씨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는 솔직히 직업병 피해 가족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고 사과를 수용했다. 황씨는 “이번 보상안이 대상을 대폭 넓혀서 반올림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포함되어 다행”이라면서도 “이번에 보상범위에 들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향후 보상방안이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 “정부와 국회는 안전보건에 관한 사업주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법 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들은 솔선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강조했다.

향후 피해자의 지원보상업무를 위탁하기 위한 제3의 기관으로는 법무법인 지평이 선정됐다. 법무법인 지평은 조정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속한 법무법인이다.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맡게 된다.

삼성전자와 법무법인 지평은 조속한 시일 내에 피해자 지원보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곧바로 지원보상 사무국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국은 12월 초쯤 개설될 것으로 예상하며, 빠르면 올해 안에 지원 보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출연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맡긴다. 기금은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건립 등 안전보건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산재 예방 사업에 사용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