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한 해를 보낸 SK텔레콤 T1이 차기 시즌 왕좌 탈환 준비를 마쳤다.
가장 먼저 오프 시즌을 맞은 SKT의 대대적 리빌딩 및 기조 변화는 필연적이었다. 이들은 올 시즌 ‘트할’ 박권혁, ‘블라썸’ 박범찬 등 신인 육성에 집중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2014년 이후 4년 만에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절치부심한 SKT는 과감한 선수 보강으로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이들은 22일 ‘칸’ 김동하, ‘크레이지’ 김재희, ‘하루’ 강민승, ‘클리드’ 김태민, ‘테디’ 박진성의 영입을 발표했다. 기존 핵심전력 ‘페이커’ 이상혁과 재계약을 맺은 바 있는 이들은 이로써 ‘LCK 드림팀’ 구성에 성공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팀이 이득을 취하는 최근 메타에 알맞은 로스터 구성이다. SKT는 주도적 움직임을 선호하고,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특히 올 시즌 약점으로 지목됐던 탑과 정글러 포지션에서 이와 같은 성향 변화가 두드러진다.
차기 시즌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포지션은 탑이다. 탑은 2018년 SKT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운타라’ 박의진, 박권혁이 캐리 역할을 소화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경쟁 상대였던 ‘기인’ 김기인, ‘스멥’ 송경호, ‘큐베’ 이성진 등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미친’ ‘왕’이 탑으로 향하면서 SKT는 단숨에 LCK에서 가장 강한 탑 캐리력을 보유한 팀이 됐다. 특히 김동하는 이상혁의 캐리 부담을 덜어낼 최적의 파트너다. 그는 이미 킹존 드래곤X의 두 차례 LCK 우승을 이끌며 캐리 능력을 입증했다.
뛰어난 라인전 능력을 보유한 김재희의 존재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다. 우직한 힘싸움이라면 LCK 내 어느 탑라이너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운영보다 싸움을 우선시하는 현 메타에서 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글러 포지션도 체질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LCK에서 가장 호전적인 정글러로 꼽히는 강민승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반 라인 개입 능력을 갖고 있다. 강민승에게 난전과 국지전을 추구하는 현 메타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이상혁과의 시너지 또한 기대해봄 직하다.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은 “강민승의 약점으로 지목되곤 했던 게 중후반 집중력”이라며 “이상혁의 날 선 판단이 강민승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중후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 원거리 딜러 박진성은 전임자 ‘뱅’ 배준식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최적의 퍼즐이다. 그가 ‘팔방미인형 원거리 딜러’였던 배준식만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포지션에서 요구되는 최우선 덕목 ‘캐리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박진성을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시절부터 지켜봐 온 하 해설의 평은 인상적이다. 하 해설은 박진성의 장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승부근성과 관계자 예상을 뛰어넘는 장기간 기량 유지를 꼽았다.
하 해설은 “잘할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는 있지만, 박진성만큼 지독하게 승부에 목숨 거는 선수는 몇 없다. 중계진조차 승부가 기울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끈임 없이 무언가를 시도한다. 이 선수가 진짜 ‘타고난 승부사’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고 밝혔다.
또 “S급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어도 안좋은 성적이 거듭되면 선수 기량이 폭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진성은 여기서 제 예상을 완전히 깼다”며 “진에어의 부진이 지속되었음에도 그의 기량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박진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SKT는 미드라이너와 서포터 포지션에도 추가 보강을 예고하며 차기 시즌 10인 로스터 운영을 천명했다. 이들은 다시 한번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는 김정균 감독의 말을 증명할 수 있을까.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한 SKT의 2019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