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입니다. 겨울 초입에 들어서니 제법 날씨도 쌀쌀해졌습니다. 눈이 소복이 쌓일 풍경을 상상하면 마음 한구석이 설레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혹독한 추위에 얼어붙은 눈길을 종종걸음으로 걸을 생각을 하니 무섭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최근 위험천만한 빙판길을 끝없이 구르며 내달리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 사는 카일 리어리씨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자택 앞 거리에서 촬영된 영상도 함께 공개했죠.
리어리씨는 다정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버지입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때는 2주 전이였습니다. 이날 리어리씨는 세 살난 딸 아들렌을 위한 장난감을 하나 샀습니다. 부피가 큰 부엌 놀이 장난감이었죠. 리어리씨는 이 장난감을 아들렌에게 줄 생각에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뜻하지 않은 위기가 닥쳤습니다. 눈 쌓인 집 앞 도로가 밤새 내린 비와 강한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것입니다.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놓은 장난감을 집으로 가져오기가 힘들어졌죠. 리어리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딸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결국 리어리씨는 밖으로 나섰습니다. 트렁크에 다가가 장난감을 꺼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물건을 들어 올리던 순간 중심을 잃었습니다. 바닥에 넘어진 그는 비탈길까지 미끄러졌고 그 뒤로도 몇 번이고 주저앉길 반복했습니다. 아내와 딸은 그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지만 “힘내”라는 응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덕분이었을까요. 그는 마침내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며 장난감을 손에 넣었습니다. 영상을 보면 지친 기색이지만 후련함이 느껴지는 그의 표정이 눈길을 끕니다.
아들렌도 먼 훗날 장난감을 보며 이날의 추억에 잠기겠죠? 아버지가 보여준 사랑에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 같고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라면 어떤 추위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날이 찹니다. 이 사연을 읽은 여러분도 곁에 있는 소중한 분들과 마음을 나누며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김누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