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외국인과 맺는 SNS(사회적 관계망 서비스)에 비상이 걸렸다. SNS를 통해 국내인들과 친분을 쌓은 뒤 야금야금 돈을 요구하는 신종 ‘외국인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지난 13일 외국인 SNS 친구에게 3000만원의 거금을 송금하려다가 움찔했다.
농협 창구 직원 손모(30·여)씨가 “아무래도 상대방이 미심쩍으니 송금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해보시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400만 원을 먼저 보낸 것이 내심 찜찜하던 A씨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송금을 하는 대신 북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했다.
얼마 뒤 A씨는 돈을 보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상대방이 SNS를 통해 친분과 신뢰를 쌓고 결혼을 빙자해 돈을 요구하는 신종 금융사기인 일명 ‘로맨스 스캠'(Romance Scam·로맨스 신용사기)’을 자신에게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A씨가 이라크에 파병 근무 중인 미군 장교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와 SNS로 교제를 시작한 것은 수개월 전.
SNS로 말을 걸어 온 B씨는 친절한 말투로 A씨와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다. A씨는 별 다른 의심 없이 때로는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영어가 서툴렀던 A씨는 ‘자동번역기’의 도움을 받으며 B씨와 대화를 하는 동안 어느새 ‘괜찮은 남자’라는 믿음을 갖게 됐고 최근에는 400만원을 보내줬다.
얼굴도 한 번 본적이 없는 B씨가 “한국에 이삿짐을 갖고 입국하려는데 택배비가 없다며 400만원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B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입국 과정에서 세관에 붙잡혔는데 통관하려면 벌금을 내야 하니 2만6000달러(한화 3000만원)을 빨리 송금해달라”고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B씨는 벌금을 내고 풀려나야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꾀였다.
B씨의 다급한 사정만 떠올렸던 A씨는 능수능란한 그의 수법에 당할 뻔했다. 하지만 해외 송금 절차를 잘 모르는 A씨를 지켜보던 농협 직원 손씨의 만류로 더 이상의 피해는 입지 않았다.
손씨는 A씨에게 “요즘 외국인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며 다른 피해 사례를 A씨에게 설명해 송금을 막았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울산에 사는 50대 여성이 유사한 수법에 속아 미군 장성을 빙자한 외국인에게 수천만원을 송금하는 피해를 입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사기 피해를 예방한 은행 직원 손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양우천 광주북부서장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울 때는 112신고를 통해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