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극우 성향·여성 혐오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를 압수수색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법원에서 일베 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회원 정보와 접속기록 등을 확보했다고 22일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지 이틀 만이다.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이다.
18일 새벽부터 일베에는 눈을 의심케하는 사진들이 대거 올라왔다. 여성의 나체, 잠들어있는 모습, 샤워 직후의 모습, 성관계 장면 등이 적나라하게 찍혀있었다. 여기에는 일베를 상징하는 손모양이 함께 담겨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불법촬영해 유포하는 릴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대부분 삭제된 상태지만 경찰은 미리 채증해놓은 자료와 서버 기록 등으로 사진을 올린 게시자 IP 추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해당 게시물에 포함된 사진들은 불법 촬영물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선포하자 일베에는 ‘수사 대처법’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들은 “무조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나온 사진이라고 우기자” “인터넷 사진이라고 주장하면 기소의견으로 올려도 절대 무혐의” “휴대폰 잃어버렸다고 해라” “증거없으면 절대 기소 안된다” 등 경찰 수사를 조롱하는 듯한 게시물을 게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벌금형 혹은 그 이상의 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촬영물을 올린 이들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위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노출 정도가 심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정도가 심할 경우 벌금형 이상의 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게시글에 피해 여성의 몸을 평가하고 성희롱한 댓글을 단 이들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이라면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8일 새벽부터 패륜적인 ‘여친 인증 릴레이’가 시작됐다. 한 일베 회원은 엎드린 채 뒤돌아 누워있는 여성 사진을 올리면서 ‘국산여친인증’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나도 전 여친 인증한다.(Feat.해외여행)’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여성이 속옷만 입은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을 첨부했다. 이밖에도 ‘미모의 C컵 인증’이라는 게시물에는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사진이 올라왔다.
누군가가 여친 인증을 하면 다른 이들은 사진 속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성희롱을 하며 2차 가해에 동참했다. 자극적이고 노출 정도가 높을 수록 관심이 높았고 댓글도 많았다. 심지어 “허리가 잘록하고 긴 생머리를 한 여성의 뒷모습을 올려달라” 등의 요구 조건이 붙으면서 점점 수위가 세졌다.
일베 회원들이 여친을 인증하는 행태는 주기적으로 계속돼왔다. 한 회원은 ‘여친 인증 시즌이 되면 올리려고 간직해놓은 사진’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여성 혐오성 사진을 올리거나 글을 적는 것은 일베사이트에서 회원 등급을 올리기 위한 절차다. 이번 릴레이도 같은 이유로 벌어졌다. 일베 사이트 회원들은 활동 수, 게시글 반응에 따라 레벨이 결정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문제의 사진들이 불법 촬영물이면 작성자가 1차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일베 운영자가 이를 방치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