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올 한 해 동안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움직임이 시작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지난해 말까지도 전쟁의 위협이 있었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전쟁이 날 것이란 예측이 무성했습니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주님께서 이 나라 전쟁의 위협을 안개가 햇빛에 사라지게 하듯 거둬 가심에 감사드립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대화가 4월 남북 정상회담, 9월 평양공동선언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올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갖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회담으로 한반도의 근원적 분단 구조를 해체하려는 남북 양측의 노력이 있게 하시니 이 또한 감사드립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무장이 해제돼 향후 관광객이 드나들 수 있게 하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제거되고 유해가 발굴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분노와 슬픔, 긴장과 반목의 DMZ가 평화의 터전이 되게 하옵소서.
역사의 주관자이신 주님, 이제 한반도에 남북 간 평화 교류가 이뤄지고 평화 체제가 속히 자리 잡게 하옵소서. 이를 위해 북한이 속히 비핵화의 정도를 걷게 하시고 선한 마음으로 국제사회의 장으로 나오게 하옵소서. 핵·경제 병진노선이 아니라 비핵 경제노선을 걷게 하시고 이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실제적인 견인책이 뒤따르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북한의 경제가 개방되게 하시고 국내 기업과 국제사회가 그곳에 들어가 한반도 경제 부흥을 일구게 하옵소서.
한국교회가 이 일을 위해 기도하게 하시고 북한 개방 및 복음 전파를 위해 준비하게 하옵소서. 평화 정착 과정에 한국교회가 수시로 방북하게 하셔서 간접적으로나마 복음 전파를 감당케 하옵시며, 언젠가는 이뤄질 직접적 복음전파의 날을 기도로 준비하게 하소서.
긍휼이 많으신 주여, 지난 20여년 동안 남한 땅에 탈북민을 꾸준히 보내주셔서 통일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돌아보면 우리 민족이 하나 되는 방법으로 사람의 통일을 먼저 이룰 수 있도록 탈북민을 보내주셨음을 고백합니다. 이들은 북한으로 올라가 직접적으로 고향 친지들에게 복음을 전파할 자들인 것 역시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탈북민을 도외시하고 우리만 복음을 전할 당사자로 알고 행동했던 것을 회개합니다. 우리에게 보내주신 탈북민을 끌어안지 못하고 사회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도록 방조했던 것 역시 회개합니다.
주님, 탈북민을 주님의 심장으로 끌어안게 하시고 우는 자와 함께 우는 한국교회 되게 하소서. 언젠가 북한의 문이 열릴 때에 직접적인 복음전도자가 될 이들을 지금부터 양육하게 하옵소서. 이 모든 말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통일기도문 해설
본 기도문은 세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작년 말과 올해 초 급변한 한반도 환경에 대한 언급과 평화에 대한 기도문이다. 많은 이들이 갑작스러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두고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닌 지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북한의 변하지 않는 통일전선전술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는 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다. 그리스도인은 이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다. 이 기도문은 이 하나님의 주권을 고백하고 선포함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한반도를 향한 역사를 선하게 이끌어 주시기를 간구한다.
독일 통일 역시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의 결과로 이뤄졌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보면 1982년부터 일어났던 동독의 라이프치히의 성 니콜라이교회의 평화기도회가 주축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의 이면에 하나님의 선한 손길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한반도의 분단구조의 해체 과정을 시작하신 이도 하나님이고, 이를 이루실 분도 전능하신 하나님인 것을 믿음으로 선포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단락은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기도문이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기도를 올려드렸다면 그 다음은 현실의 당면문제인 북한의 핵문제에 관해 기도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북한의 핵을 제거하지 않으면 평화로는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형국이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단계마다 상응하는 보상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기만전술에 수 없이 속아 온 미국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리스도인이 북한의 비핵화에 있어 하나가 돼 기도해야 하는 부분은 이렇다. 종국엔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져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를 내려놓는 단계에까지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 지도부가 중대한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핵을 만들어 온 이유가 체제 유지와 자랑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 그 자랑거리가 오히려 체제유지와 선전에 방해거리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 사회가 북한 비핵화를 응원하고 계속해서 그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견인할 필요가 있다.
북한 사회는 현재 경제건설을 위한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국제공조를 통한 제제는 이러한 북한의 경제 활성화를 막는 중요한 걸림돌이다. 비핵화가 진행되면 이러한 제제의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북미회담을 통해 설득하고 실제로 단계별 보상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이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위해 지도부의 결단과 북미 상호간 신뢰구축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단락은 탈북민이 향후 북한선교에 쓰임 받을 수 있는 재목이 되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남북의 관계가 평화 교류의 시대로 돌입해도 한국교회가 북한의 열린 공간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는 데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방문은 간접선교에 해당되는 것이다. 직접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환경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설령 열린다 해도 북한주민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주체는 북한을 고향으로 둔 탈북민이다. 현재 남한 내에 3만2000명 정도가 정착해서 살고 있는데 모두 북한 전역에서 내려온 이들이다. 향후 이들이 고향에서 자신의 친인척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도 직접적인 방식일 것이다. 평화 교류의 시기가 열린다고 해도 복음전파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탈북민이야말로 직접 선교의 주체이기 때문에 이들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탈북민의 국내 입국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매년 1000여 명이 국내에 입국하는데 올해에는 800명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남북평화교류가 정착되면 북한에서 직접 탈출하는 탈북민의 수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전히 탈북민은 존재할 것이다. 중국 내에 이미 살고 있는 탈북자와 그 자녀들의 국내 입국, 남한 내 정착한 탈북민이 북한 내 가족과 연결해 탈북시키는 경우들을 생각해 보라. 전체적으로는 탈북민의 수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는 우리에게 온 탈북민을 가슴으로 품고 주님의 마음으로 위로해야 한다. 또 그리스도의 군사로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귀한 선교의 용사로 준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기도 역시 끊임없이 드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