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이유로 크리스천이 대중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선교연구원(문선연·원장 백광훈 목사)은 2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필름포럼 카페에서 ‘2018 대중문화 키워드로 살펴보는 대중의 열망과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문화포럼을 개최했다.
문선연은 대중문화를 해석하고 그 안에서 기독교적 과제를 제시했다. 올해 우리나라 대중문화를 강타한 세 가지 키워드로 ‘방탄소년단(BTS)’ ‘어벤저스 3’ ‘유튜브’를 꼽았다. 이들 키워드의 공통점으로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기독교 문화, 전문성과 진정성 갖춰야
방탄소년단은 K팝을 넘어 글로벌 문화 이슈를 차지하는 중심키워드가 됐다. 한글로 된 가사로 2년 연속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고, 빌보드 핫200에서 1위, 전 세계 구글 트렌드 검색 1위, 트위터 팔로워 1500만에 1억 뷰가 넘는 뮤직비디오만 13곡에 이른다. 방탄현상은 단순한 아이돌 그룹의 성취 차원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백광훈 문선연 원장은 ‘방탄소년단(BTS) 열풍을 통해 돌아본 한국교회’라는 발제에서 “좋은 곡을 만들어내는 능력, 완벽한 퍼포먼스, 정교한 서사와 상징으로 무장한 뮤직비디오들은 오늘날 기독교 문화의 현주소를 반성하게 한다”면서 전문성과 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 원장은 또 무엇보다 방탄현상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진정성 있는 메시지라고 봤다. 그는 “다음세대를 향한 관심과 외침마저도 단지 교회의 수적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청년세대의 공감을 전혀 불러일으킬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 사회와 문화 속에서 청년들의 고뇌와 아픔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듣고 고민하는 성육신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거친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청년 정신을 펼치는 교회 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삶의 이유를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복음의 담대한 메시지를 대답해 줄 수 있는 곳이 교회이자 신앙인들의 삶의 자리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음의 원형 회복해야
올해 봄 개봉된 영화 ‘어벤저스:인피니티 워’는 국내에서만 11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흥행 수입이 20억 달러를 넘으며 역대 4위(1위:아바타, 2위: 타이타닉, 3위:스타워즈-깨어난 포스)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마블(Marvel)로 불리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시리즈 중 한편이다. 아이언맨, 헐크, 토크, 캡틴 아메리카,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등의 캐릭터들이 한 영화에 나오는 ‘어벤저스 1(2012)’과 ‘어벤저스2(2015)’에 이은 시리즈물이다. 지난 10년간 마블을 총결산하는 영화인 셈이다.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는 ‘마블: 환영(歡迎)과 환영(幻影) 사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성 목사는 “마블 영화의 세계관에 담긴 스토리텔링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며 “복음의 원형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블 영화는 전형적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독특한 개성을 가진 악당과의 갈등을 통해 관객에게 몰입시키도록 한다. 이후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는 어느 문화권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로 공감대를 이뤄간다.
기독교 세계관도 이와 비슷하게 제시할 수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을 깊이 묵상해야 하지만 동시에 세상 속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섬세하게 살펴보는 눈을 길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 목사는 “판단하고 구분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성경을 읽어야 한다”며 “또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 속에서 진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배우고 토론하는 과정이 계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마블이 가진 확장성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각각의 영웅들이 거대 악에 대해선 함께 힘을 모은다. 그럴수록 세계관은 확장되고 영웅들은 유연해진다. 성 목사는 “개인과 개교회주의, 교단에 함몰된 시각을 넓혀야 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되 복음의 공공성에 눈을 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와 성도들이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일에 무관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 번째로는 다음세대에 맞는 세밀한 언어로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성 목사는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로 복음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며 “심리학과 사회학, 과학, 예술과의 대화를 통해 사람과 세상에 대해 더욱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 AI와 같은 기술적 발전으로 이전 세대에선 경험할 수 없던 변화가 도래하는 시기에도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구원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 앞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에서 선한 영향력 미치도록 훈련해야
유튜브 역시 우리 삶에 밀접한 미디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매일 10억 시간에 달하는 영상이 시청되며 1분마다 40시간이 넘는 분량의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현재 유튜브의 월 방문자 수는 18억여 명이다. 인터넷 인구의 약 45%가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유튜브를 찾는 셈이다.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TV 프로그램이 아니라 꾸밈없는 그대로의 모습을 원한다. 이런 모습에 열광한다.
‘유튜브의 중심에서 복음을 외치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조성실 소망교회 목사는 진정성 있는 소통을 원하는 유튜브 세대의 필요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는 일방적인 선포나 가르침이 아닌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교회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앞으로의 교회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으로 변화하길 바란다”며 “구성원들에 의해 진정성 있는 복음적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도 스스로가 복음을 전하는 제작자로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세상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살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