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G는 부모님과 함께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지금 바로 숙제를 하지 않으면 가족모임에 갈 수가 없다. 애가 탄 엄마는 숙제하라고 야단을 쳤지만 아이는 좀체 말을 듣지 않는다.
다음 대화 1과 2를 비교해 보자.
*대화 1
엄마 : 어서 숙제 먼저 해야지?
G : 싫어요. 친구와 놀아야 해요.
엄마 : 안 돼. 지금 숙제 먼저 끝내야 해.
G : 지금은 안할 거예요. 지금 나가서 놀지 않으면 친구들이 다 집으로 가버릴 거예요.
엄마 : (부정적 강화)지금 숙제 안하면 이틀 동안 친구랑 놀지 못한다.
엄마 : (긍정적 강화)지금 숙제해야 해. 지금 숙제하면 내일은 친구와 2시간 더 놀게 해 주마.
G : 싫다구요. 난 가족 모임에 가는 것도 싫다구요.
엄마 : 지금 숙제 하거라. 말을 잘 들으며 내일을 조금 더 친구와 놀게 해 준다고 했잖아.
*대화 2
엄마 : 우리는 저녁에 가족 모임에 가야하기 때문에 저녁엔 숙제 할 시간이 없어.
G : 싫어요. 친구들과 놀러가고 싶어요.
엄마 : 그래 아들 마음은 알겠어. 너한테는 친구들이 중요하고 오늘 온 종일 친구와 놀지 못했으니.....
G : 그래요, 온종일 친구들과 못 놀았어요. 난 지금 친구들과 놀러 나갈 거예요.
엄마 : 그래. 그러고 싶은 건 안다. 친구들이 너에게 중요한 것도 알지. 그리고 지금 숙제 하는 게 지금은 네게 중요한 일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 ‘누가 그딴 숙제가 대수인가요? 가족 모임에 가는 것도 지루하단 말이예요’ 라고 말하고 싶을 거야.
G : 가족 모임 따위 저하고 상관없는 일이예요. 가기 싫어요.
엄마 : 그래 이해해. 친구와 노는 게 더 좋지. 숙제나 가족 모임 때문에 방해 받는 게 억울 할거야.
G : 맞아요.
엄마 : 엄마도 네 나이 때 그렇게 느꼈단다.
G : 오늘 정말 힘들어요.
대화1은 행동에 초점을 맞춘 ‘강화적 훈육’을 하는 예다. 바람직한 행동에는 보상을, 잘못된 행동에는 댓가를 치르게 하는 훈육법이다. 고전적 조건 형성과, 조작적 조건 형성이라는 기본 원리가 행동 획득의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전제 하에 긍정적 강화, 부정적 강화 등 측정 가능한 것들을 이용해 행동의 수정하는 원리이다.
‘스티커 제도’ ‘토큰 경제“와 같은 기법으로 아이들의 훈육이나 교육에 널리 쓰여 진다. 하지만 이때 아이는 이해 받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생각이나 감정을 존중 받는다고 느끼지 못한다. 반면 대화 2는 부모가 훈육에 있어서도 공감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공감적 훈육‘을 한 예이다.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 아이와 감정을 깊이 나눈다. 평소에도 아이가 숙제를 하지 싫어하고 가족 모임을 지루해 한다는 것을 엄마와 공유해 왔다. 엄마가 지시를 할 때도 숙제하기 싫은 자신의 감정을 엄마가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다.
아이와 엄마 사이에서 갈등의 요소는 항상 있지만 ‘공감적 훈육’을 하고 있는 때 서로의 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으며 부모의 가치관을 내면화 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안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상황’에서는 단호하고 명확하게 지시적으로 ’강화적 훈육‘ 필요하다. 하나의 정답만 있지는 않다. 그래서 육아는 어렵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