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자가 옆집에… 제가 떠나야 할까요” 딸 셋 둔 엄마의 불안

입력 2018-11-21 09:25 수정 2018-11-21 17:33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딸 셋 키우는 엄마인데 옆집에 아동 성범죄자가 이사 왔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딸 셋을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밝힌 A씨는 요즘 진지하게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 새로 이사 온 이웃의 아동 성범죄 전력을 알면서부터다. 그는 “최근 이웃의 신상정보와 성범죄 요지 등이 담긴 우편물을 받고 경악했다”며 “딸들을 불러 옆집 아저씨를 조심하라는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안이 가시질 않는다. 하루빨리 이 집을 뜨고 싶다”고 호소했다.

성범죄자와 가까이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1년부터 성범죄자 우편 고지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지역주민에게 감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전과자의 재사회화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 명령 기각률마저도 높아지는 추세다.

◇ 성범죄자 고지 제도, 실효성은? “불안감만 증폭”

성범죄자 우편 고지 제도는 성범죄 전과자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주민이 먼저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해 성범죄를 막자는 취지다. 성범죄자의 신상이 담긴 우편물은 2011년 6월부터 발송되기 시작했다. 성범죄자와 가까이 살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 등이 대상이다. 관련 예산은 연 57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선 정부가 철저하게 관찰, 단속하면 되는데 요란하게 알리면서 공포심만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알려줬으니 정부의 책임을 다했다는 식으로 자녀 보호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최근 재학하고 있는 학교 근처에 성범죄자가 이사 왔다는 우편을 받았다”며 “불안감만 조성해놓고 실효적인 대책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외에도 “성범죄자를 격리해 달라” “성범죄자가 초등학교와 유치원 근처에 살지 못하게 해달라” 같은 청원도 잇따르고 있다.

◇ 전국 학교 10곳 중 6곳에 성범죄자 거주

전국 초·중·고교 10곳 가운데 6곳 인근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지난달 11일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반경 1㎞ 내 성범죄자 거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체 학교 1만1879곳 중 6904곳(58.1%) 주변에 1명 이상의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3373개의 학교가 초등학교였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에선 학교 등 보육시설의 일정 거리 내 성범죄자 거주를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엔 관련 규제 자체가 없다. 현행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포함한 신상 정보를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아동·청소년이 있는 지역 거주민들과 학교 등에 우편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다. 7월부터 학교, 병원, 아동복지시설 등에 성범죄자가 취업하지 못하도록 막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아동이 성범죄자에게 노출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어 미온적인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사범’은 2012년 868명에서 2016년 1211명으로 5년간 40%나 증가하면서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 전자발찌 착용 명령 기각률은 ↑

정작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기각하는 판결은 늘고 있다. 전자발찌가 전과자의 사회 복귀를 막고 ‘이중 처벌’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전자발찌 착용 명령 기각률이 2013년 50.03%에서 2018년 67.47%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법원의 전자발찌 기각 명령이 일반 국민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전자발찌 기각률이 매년 증가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