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차 신혼인 직장인 A씨는 요즘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고민에 빠뜨린 건 ‘깡통주택’과 ‘깡통전세’였다.
A씨는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 뒤 아예 전세보증금에 대출금을 보태 집을 살까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서울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가격을 내린 아파트는 찾을 수 없었다. 아파트를 사도 문제였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뒤 가격이 떨어진다면 말 그대로 빚만 떠안는 ‘깡통주택’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걱정은 ‘깡통전세’였다. 지방에 사는 친구 얘기 때문이었다. 직장 때문에 3년 전 울산으로 내려간 친구 B씨는 3억원에 전셋집을 구했다. 최근 B씨는 전세보증금으로 아파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조선업 불황으로 울산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중개업소에서 소개한 아파트는 보증금보다 3000만원 정도 저렴했다. 문제는 집주인이었다. 이미 보증금이 집값보다 비싸진 이른바 ‘깡통전세’였다. 집주인은 내줄 보증금이 없다고 버텼고 B씨는 속만 태웠다. A씨도 혹시나 보증금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 앞섰다.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깡통 주택’에 ‘깡통 전세’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 지방에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더 낮아지는 깡통주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전세보증금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자신의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이달 16일 현재 전세금보증보험 가입 실적은 총 4531건, 보증금액은 9337억원이었다. 2013년 이 상품이 판매된 이후 월간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 10월(8833건, 1조8625억원)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금보증보험은 HUG 기준으로 전세금의 0.128%를 보증수수료로 지불하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는 것이다. 보증금은 보증기관이 추후 집주인에게 직접 받는다.
보증사고 접수 금액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전세금보증보험이 늘고 있지만 손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금보증보험의 손해율은 128.8%로 100%를 넘어섰다. 2016년 45%를 기록했던 데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2015년 손해율은 56.4%였다. 전세금보증보험 가입이 늘면서 손해율을 끌어올렸지만 가입 증가세에 비해 손해율 증가폭이 더 크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이 기간 HUG를 통해 전세금보증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들의 보증사고 접수 금액은 2015년 1억원에서 2016년 34억원, 2017년 71억원으로 급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