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썩은 눈으로 죽어가던 고양이와 가족이 됐습니다”

입력 2018-11-20 14:11 수정 2018-11-20 14:43
보배드림 게시판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녀석을 보고 안락사시켜주려고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A씨가 지난 18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밝힌 ‘녀석’과의 첫 기억은 참혹했습니다. 생후 20일쯤 지난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새끼 고양이는 길거리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두 눈에는 고름이 꽉 찬 상태였고, 곁에 있던 녀석의 두 형제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지요.

A씨는 “녀석은 그 와중에도 자기 형제들한테 기어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납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A씨가 보기에도 녀석의 상태는 가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A씨와 그의 아내는 안락사라도 시켜주자며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줄곧 고통뿐이었을 녀석의 짧은 생을 차마 끝내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A씨는 녀석을 품에 안은 채 “한번 살려보겠다”는 결심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보배드림 게시판

A씨 부부는 매일 새벽 번갈아 일어나 녀석에게 약을 먹였습니다. 이후에는 항문을 마사지해 배변 활동을 도왔습니다. 부부의 간절함을 알아차린 걸까요. 녀석은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A씨는 녀석의 건강한 근황을 전하며 “장애라서 살아가지 못한다면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믿습니다. 어떤 생명이든 살아갈 고귀한 가치가 있습니다. 평생 잘 돌보며 살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이같은 사연에 네티즌들은 찬사와 격려를 쏟아냈습니다. 글은 5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100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 네티즌은 “출근해 주차장에서 글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아 혼났다”며 “좋은 일 하셨으니 대대손손 복 받으실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죽어가는 고양이를 품에 안은 A씨의 마음에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훈훈해지는 기분입니다. 한파가 시작되는 요즘, 가슴 따뜻한 사연을 공유해 주신 A씨와 ‘녀석’의 앞날에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