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을 집단 폭행하다가 추락 후 숨지게 한 중학생들의 혐의가 집단상해로 변경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가해 학생들은 상해치사 혐의로 모두 구속돼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집단 상해까지는 틀림없지만, 그다음 상황에 대해선 밝혀진 게 없지 않나”라며 “폭행이 멈췄고, 뛰어내리라는 강요도 없었는데 피해 학생이 뛰어내린 것이라면, 상황은 굉장히 복잡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에 하나 피해 학생이 자발적으로 뛰어내렸다면, 죽음에 대한 책임 여부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폭행이 멈춘 시기와 추락 강요 여부에 따라 혐의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재 피해 학생이 폭행을 피하려다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 학생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몸에 다수의 멍 자국이 발견되고, 다발성 골절과 장기파열 등 추락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시신을 거의 처음 목격한 경비원의 말이 전해지면서 사망 원인에 대한 의문이 또 한 번 제기됐다. 경비원은 “(추락한 중학생의) 다리를 만져보니까 얼음장 같고, 죽은 거 같다고 주민들한테 그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 중 한 명에게 겉옷을 빼앗긴 상태였고, 폭행을 꽤 오랜 시간 당하다 보면 그 사이 충분히 체온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검 결과도 추락사라고 나오지 않았나. 추락사로 추정 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에게 추락을 종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해 학생들을 따로따로 떼어놓고 진술을 받아야 한다. 서로 진술을 조작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진술이 한 차례 번복되지 않았나. 수사를 조금 더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