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닷 부모 지인들 “아들 영어 과외도 미리 시켰다더라”

입력 2018-11-20 10:57 수정 2018-11-20 11:19
마이크로닷 인스타그램

가수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4) 측은 부모의 ‘수십억대 사기 후 도주설’을 부인했지만, 피해자들의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이 도주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은 물론, 여럿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닷 아버지인 신모씨 등에게 약 20년 전 사기를 당했다는 A씨는 20일 디스패치와 인터뷰에서 “신씨 가족이 도망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마이크로닷 고향인 충북 제천 송학면 무도리에 거주하고 있다. 마이크로닷은 그때 여섯 살이었다고 한다.

A씨는 “그때가 초여름이었다, 그런데 겨울옷까지 챙겨서 도망갔다”고 말했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계절이 정반대라서 한국이 여름일 때 뉴질랜드는 겨울이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마이크로닷 집 바닥에 영어교재가 있었다”며 “도망치기 전까지 영어공부를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마이크로닷 집에 뉴질랜드나 사이판 관련 서적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이들의 도주가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마이크로닷을 포함해 아들 3명이 사촌에게 영어 과외를 받았다는 목격담도 있다.

마이크로닷 가족이 밤에 도망가는 것을 봤다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큰아버지가 마이크로닷 아버지인 신씨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고 주장하는 C씨다. 그는 어린 시절을 큰아버지 집에서 보냈는데, 어느 날 새벽 화장실에 가려고 방문을 열었다가 수십대의 트럭이 지나가는 것을 봤다고 했다. C씨는 “트럭 안에는 젖소들이 있었다”며 빚보증을 선 큰아버지가 수억원대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마이크로닷 가족은 1998년 5월 기르던 젖소와 트랙터 등을 처분하고 지인들 몰래 뉴질랜드로 떠났다. 신씨의 정부 지원금 연대보증을 섰던 주민들은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됐다.

신씨는 심지어 평소 거래하던 젖소 사료 판매업자에게 수천만원에 이르는 외상값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갔다. 마이크로닷 어머니 김모씨는 여러 지인에게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2000만원까지 돈을 빌렸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의자 소재 불명’으로 기소 중지됐다.

연대보증을 섰던 피해자들은 신씨가 ‘야반도주’를 한 탓에 그 빚을 대신 갚느라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한 피해자는 마이크로닷의 잘못이 아닌 것을 안다면서도 “누군가의 피눈물이 그의 성장의 토대가 됐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닷 소속사 측은 지난 19일 “부모님께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마이크로닷 측이 더 정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