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에 여론 모였지만… 여전한 죽음의 레이스

입력 2018-11-20 10:53
게티이미지뱅크

부산 해운대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에 빠졌다가 숨진 현역 카투사 상병 윤창호(22)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분노 여론이 거세졌다. 일명 ‘윤창호법’이 발의됐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술을 마시고 차를 모는 죽음의 레이스는 전국 각지에서 계속되고 있다.

20일 새벽 1시4분경 충남 홍성군에서 술에 취한 대학생이 몰던 렌터카 티볼리가 신호등 지지대를 들이받았다. 이 차에는 인근 대학 같은 과에 재학 중인 동기 6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 중 뒷좌석에 탄 3명이 숨지고 운전자를 포함해 나머지 3명은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시경까지 홍성읍내에서 술을 마신 뒤 렌터카를 타고 대학 인근 자취방으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01% 상태로 운전면허 취소 대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날인 18일 부산에서는 대낮에 만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40대가 붙잡혔다.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24분경 동서고가로 진양 램프 인근에서 K5 승용차가 비틀대며 위험하게 주행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해 해당 차량을 발견한 뒤 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도주했다. 경찰은 차량이 지나갈 길목을 막았고 18㎞를 추적해 부산 강서구 대저동 등구마을 입구에서 차를 세웠다. 경찰에 붙잡힌 K5 운전자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기준을 넘는 0.225%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처벌 너무 관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윤창호법’에 동의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범국민적 요구가 크다. 지난 3년 동안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는 평균 1년6개월이 선고됐다. 그마저도 이들 중 대다수는 피해자와 합의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현재 법원 양형 기준은 최고 징역 3년이다. 미국의 일부 주는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일본은 최대 징역 16년 형을 내릴 수 있다.

윤씨 사건을 계기로 여야 국회의원 104명은 음주운전치사를 살인죄로 처벌하고 음주수치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윤창호법’을 발의했다. 정식 명칭은 ‘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일부개정안’으로 윤씨 친구들이 직접 제출했다.

19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 토론회에서는 ‘음주 범죄’를 놓고 각계 전문가들이 격론을 펼쳤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5시간이 넘는 토론 끝에 “한국은 음주운전을 너무 관대하게 처벌하고 있고, 처벌수위도 국민의 법감정과는 거리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의견들을 토대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음주 범죄 전반적인 양형 기준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최형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이날 “(해외 음주운전 처벌은) 위험의 정도에 따라서 차등화돼있고 과학화돼있다”며 “국내 법제는 아직 그런 부분까지 나가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음주운전 관련) 아직 양형기준이 별도로 설정돼있지 않아 단독판사의 가치관, 업무처리 관행 등에 따라 양형의 편차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반복적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하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수진 서울남부지검 검사 역시 “위험운전치사죄의 형량이 징역 1년에서 30년까지 가능하다면 실제 양형 기준에서도 (최고 3년이 아니라) 그 정도의 상한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