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법농단’ 박병대 대법관 “정당한 지시였다” 검찰서 혐의 전면 부인

입력 2018-11-19 18:59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19일 검찰 조사에서 각종 ‘사법농단 의혹’ 관련 혐의에 대해 “정당한 지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부하 직원들의 ‘과잉충성’의 결과라는 식으로 “몰랐다”거나 “사후보고를 받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 검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 박 전 처장을 소환해 임 전 차장과 공모한 각종 사법농단 의혹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박 전 처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고 한다. 자신의 지시 여부가 명확히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는 불법성을 부정했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임 전 차장 등 부하 직원의 과잉 충성의 결과로 돌렸다.

검찰 조사 결과는 박 전 처장의 해명과 많이 다르다. 박 전 처장은 2014년 2월~2016년 2월 처장 재임 당시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등 재판개입, 법관 사찰, 행정처 비자금 조성을 승인하거나 지시하는 등 관련 의혹에 직접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공소장에서 약 30개의 범죄 사실과 관련해 박 전 처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특히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을 보면 박 전 처장은 2015년 7월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실장에게 “‘인사모(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에서 법관인사나 사법제도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을 볼 때 우리법연구회와 유사하니 한번 챙겨보라”며 “윤리감사관실에서도 검토를 해보게 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해 8월에는 내부 회의에서 임 전 차장에게 “인사모를 없애라”는 지시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전 차장과 이 전 실장 등은 박 전 처장의 지시에 따라 ‘인사모’ 등 법원 내 진보적인 연구 모임을 해체시키려는 계획을 수립했다.

박 전 처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이번 일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서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도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위를 막론하고 많은 법관들이 자존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까지 받게 된 것에 대해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 돼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을 한두 차례 더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고영한 전 행정처장 및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