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캡처’에 대한 이재명의 해명, 그래도 남는 의문점

입력 2018-11-19 14:20 수정 2018-11-19 14:58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경기 수원기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부인 김혜경 씨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지사는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는 19일 경기도청 앞에서 ‘혜경궁 김씨 소유주는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 입장을 부인하며 “네티즌 수사대보다도 판단력이 떨어지는 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경찰은 혜경궁 김씨 계정에 올라온 사진이 캡처돼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도 게시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스모킹건’으로 보기에는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경기 남부경찰청은 7개월간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08__hkkim)’의 게시물 약 4만개를 분석하고, 김씨를 2차례 불러 조사한 결과 계정 소유주와 김씨가 동일 인물로 보인다는 수사 결과를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 계정은 아이디가 김씨의 영어 이니셜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른바 혜경궁 김씨로 더 알려져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지사가 2013년 5월 18일 트위터에 게시한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의 사진이 다음 날 오후 12시47분 혜경궁 김씨 계정에 올라왔다. 이 사진은 13분 뒤인 오후 1시,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도 게시됐다. 김씨 계정의 사진은 캡처된 것으로, 캡처 시각은 같은 날 오후 12시47분이었다.

이 지사는 이 과정을 문제 삼으며 “어떤 사람이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고, 그 트위터의 사진을 캡처해서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겠느냐”고 지적했다. 통상 원본 사진을 가지고 있을 경우 각기 다른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번거롭게 캡처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이 지사는 “경찰은 스모킹건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계정 소유주가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사진을 올린 사례가 다수 발견된 점이 트위터 소유주와 김씨를 동일 인물로 볼 결정적인 증거가 아닌 것처럼, 원본 사진 대신 캡처본을 올렸다는 점이 ‘김씨가 트위터 소유주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실제로 김씨가 원본 사진이 아닌 캡처본을 올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혜경궁 김씨’ 트위터를 김씨가 아닌 측근들이 운영했을 가능성도 있다.

혜경궁 김씨’ 계정 운영을 담당하는 제3의 인물이 이 지사 트위터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김씨가 이를 캡처해 카카오스토리에 올렸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정치인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직접 하지 않고 보좌진이 대신 올려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가설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경찰이 공개하지 않은 수사결과에 결정적인 증거가 있거나 검찰의 보강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결정적인 증거인 김씨의 휴대전화는 이미 사라진 상태다. 김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면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직접 글을 쓴 것인지 확인할 수 있지만, 이미 휴대전화는 없어졌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지난 3월부터 워낙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정지를 시켰다”며 “2~3주 후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지방선거 때 중고 전화기들을 모아서 선거운동용으로 쓰다가 지금은 없다”면서 “경찰이 제출을 요구한 것은 3일 전이다. 4월에 고발된 직후 요청했더라면 제출했을 텐데 저희도 이상하고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번호를 정지하고 단말기까지 교체했으며, 교체된 휴대전화는 선거운동용으로 쓰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경찰이 관련 수사에 착수한 것이 지난 4월인데, 공교롭게도 그 즈음에 휴대전화를 교체한 셈이다. 김씨 법률대리인인 나승철 변호사는 18일 단말기 교체이유에 대해 “정확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욕설 메시지 같은 것을 일일이 지우는 게 심적으로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