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선수들에게 겨울은 춥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하다. 겨울만 되면 방출 공포에 시달린다. 이제는 방출 시작 시기가 초가을로 앞당겨졌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이기에 베테랑에게 겨울은 더욱 잔인하게 다가온다.
지난달 13일 NC 다이노스 소속 최준석(35)은 구단으로부터 방출통보를 받았다. 정규시즌이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도 같은 달 19일 조동찬(35) 등 베테랑을 중심으로 17명을 내보냈다. KT 위즈도 박기혁(37) 이진영(38) 김사율(38) 등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방출했다. 롯데 자이언츠 또한 지난달 25일 박종윤(35) 등을, 넥센 히어로즈 또한 10여명을 방출했다.
가장 충격을 줬던 베테랑 방출 사건의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의 임창용(42)일 것이다. 올 시즌 37게임에 등판해 5승 5패 4세이브, 4홀드를 기록했다. 지난해 FA자격을 얻고도 잔류했다. 그러나 올해 방출의 찬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KIA팬들은 청와대 청원글까지 올리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KIA는 꿈쩍하지 않았다.
또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한화 이글스 배영수(37)와 박정진(42)이다. 구단이 길을 열어줬다고는 하지만, 기회를 주지 않은 것도 한화 구단이다. 앞서 지난 8월 심수창(37)을 방출했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한국시리즈를 치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에서도 베테랑 방출 소식은 예외없이 들려올 것이다.
구단에서 방출된 베테랑 선수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모든 구단들이 리빌딩을 외치며 나이 많은 선수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은 소리 소문없이 은퇴의 길을 가야 한다.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처럼 되어 버렸다. 물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는 프로야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다. 꼭 방출이라는 단어로 그들의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끝내야 하는지 되새겨볼 시점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