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T1(SKT) 없는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은 처참했다. 그러나 가장 아쉬웠던 건 SKT 구단 당사자다. 다음 시즌 ‘왕의 귀환’을 노리는 SKT는 강점을 더욱 부각하고, 약점은 최대한 보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KT는 지금껏 국제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며 e스포츠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SKT는 국내대회에서 부진하다가도 국제무대만 가면 폼이 한껏 올랐다. 함께 출전한 한국 팀이 부진할 때도 SKT는 한결같은 경기력으로 기어코 결승에 닿았다. 롤드컵 4회 출전, 4회 결승, 3회 우승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SKT는 삼성(현 젠지)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4강에서 로열 네버 기브 업(RNG, 중국)을 3대 2로 꺾으며 결승을 ‘한국 내전’으로 만들었다. 젠지가 그룹 스테이지에서 RNG에 2패를 안았던 점을 감안하면 SKT의 ‘감초’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SKT는 올해 국내에서 열린 롤드컵에 끝내 승선하지 못했다. 이후 치른 본선에서 한국 팀의 성적은 처참했다. 한국이 LoL 프로씬에 뛰어든 뒤 처음으로 4강에 오르지 못했다. 메타 부적응, 경험 부족, 투자 차이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가장 설득력을 얻은 건 ‘SKT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SKT는 ‘왕조 재건’ 의지가 분명하다. 국내무대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롤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SKT는 투자를 줄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SKT는 2015년 팀 단일화 후 ‘페이커’ 이상혁,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과 쭉 함께했다. 셋을 주축으로 탑 라이너와 정글러를 교체하는 3+2 리빌딩이 ‘SKT 왕조’의 골격이었다.
이번 리빌딩에서도 ‘3+2’가 유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SKT는 3+2 혹은 2+3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에 잘해온 멤버를 대체할 선수를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올여름 10인 체제를 가동하며 아쉬움을 샀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무엇보다 확고한 ‘5인 로스터’를 구축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 SKT 로스터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탑과 정글은 ‘새 얼굴’ 영입이 유력하다. 정글러로 뛴 ‘블랭크’ 강선구는 새 메타 적응에 애를 먹었고, ‘블라썸’ 박범찬은 맵 리딩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운타라’ 박의진은 ‘마린-듀크-후니’로 이어진 우직한 탑 라이너의 계보를 잇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단측은 직전 시즌 약점을 최대한 보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적시장에서 한발 빠르게 움직인 SKT의 리빌딩은 순조롭다. 지난 시즌 10인 로스터를 가동했기 때문에 기존 선수에 대한 복잡한 계약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