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사법 농단 의혹 관련 핵심인물인 박병대(61) 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검찰에 출석했다. 해당 수사가 시작된 이후 대법관 출신 피의자에 대한 첫 공개 소환이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박 전 처장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법관으로 봉직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 사심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위를 막론하고 그동안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았다.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아무튼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서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박 전 행정처장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사법부의 2인자로 꼽히는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며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을 총괄한 인물이다. 사법 농단 실무를 담당한 임종헌(59·구속 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속 상관으로 임 전 차장의 보고를 받은 뒤 이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행정처장이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박근혜정부 청와대 실세들과 만나 해외 법관 파견을 대가로 일제 강제징용 재판의 지연·파기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박 전 행정처장이 일제 강제징용 재판 외에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관련 행정소송 등 ‘재판 거래’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한 데 이어 박 전 행정처장까지 소환하며 사법 농단 윗선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행정처장의 후임인 고영한 전 대법관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