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고민 덜어낸 이청용, 부활의 날갯짓

입력 2018-11-18 16:28
이청용. 대한축구협회 제공

‘블루 드래곤’ 이청용(30·보훔)은 모처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호주와의 승부에서 동점골을 내주고 1대 1로 비겼지만, 이청용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구상에서 제 몫을 해냈다.

한국은 지난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전반 22분 황의조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경기 종료를 1분여 남기고 마시모 루옹고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결과는 1대1. 무승부였다.

이청용은 4-2-3-1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배치됐다. 2선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황의조를 지원했다. 소속팀 문제로 A매치에 합류하지 않은 손흥민의 자리를 이청용은 대신했다. 지난 5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둔 평가전 이후 반년 만에 대표팀 출전이었다.

이청용은 이 경기로 A매치 80경기를 채웠다. 그만큼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발휘했다. 호주가 홈팬들 응원에 힘입어 잇따른 공세를 펼치자 이청용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안정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공을 소유했다. 최근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출전 덕에 몸이 가벼웠다. 수비 가담도 적극적이었다.

이청용의 활약으로 벤투 감독은 하나의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됐던 플랜B의 부재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지속해서 다른 선수들로도 똑같은 틀을 유지하겠다”고 이번 11월 A매치의 목표를 뚜렷이 밝혔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손흥민, 기성용, 황희찬, 장현수, 정우영 등 대부분 주축이 각각의 사정으로 빠졌지만 대표팀은 정체성을 유지한 채 호주 베스트 멤버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공수를 아울러 모든 포지션에서 새판을 짰다. 이청용은 이를 가능케 한 윤활유였다. 이날 경기에서 측면에 섰지만 중앙과 오른쪽 날개 자리도 소화했다.

이청용이 벤투호에서 갖는 역할은 단순히 2선에서의 공격 첨병만이 아니다. 그간 대표팀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했던 기성용과 손흥민이 부재 중이다. 그들을 대신해 리더로서 자리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세대교체를 하는 벤투호에 경험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선수기도 하다.

벤투호의 당면 과제는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아시안컵. 이청용은 이날 경기에서 자신이 충분히 아시안컵 본선으로 향할 기량을 갖췄음을 증명했다. 그가 지금의 흐름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대표팀에겐 천군만마와 같다. 기존 자원인 남태희와 황희찬 등과의 경쟁 구도에서도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벤투호에서 이청용의 날갯짓은 이제 시작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