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기소의견 송치, 이미 정해진 것”

입력 2018-11-17 20:50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사슴일 뿐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08__hkkim’ 트위터 계정과 관련해 경찰이 부인 김혜경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하자 “기소의견 송치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사슴일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록위마’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되었다”면서 “국가권력 행사는 공정해야 하고, 경찰은 정치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위터 글을 이유로 6명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때 표적은 정해졌고, 정치플레이와 망신주기로 쏘지 않은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혔다”면서 “아무리 흔들어도 도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도정에 충실히 전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행한 예측 하나 더 해보겠다. 이 사건(혜경궁 김씨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며 “진실보다 이재명 부부 망신주기가 그들에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4일에는 이 지사의 ‘밀회 의혹’을 제기한 김영환 전 의원과 김부선씨를 경찰이 불기소할 것으로 예견했다.

결국 둘 다 이 지사의 예견대로 된 셈이다.

김씨 측 나승철 변호사도 ‘트위터 사건 수사결과에 대한 변호인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경찰의 수사결과는 전적으로 추론에 근거하고 있으며, 김 여사에게 유리한 증거는 외면한 것으로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나 변호사는 “김 여사가 사용했다고 하는 khk631000@gmail.com 계정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일정 공유를 위해 비서실에서 만들어 사용한 계정이고. 비서실 직원 여려명이 비밀번호를 공유하던 계정이다. 지메일 계정을 만든 비서관도 경찰에 출석해 위와 같이 진술하고, 심지어 의심되는 3자가 있다고 했으나 경찰은 이러한 내용은 철저히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08__hkkim은 이 지사와 새벽 1시2분에 트위터로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부부가 이 시간에 트위터로 대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사기관은 이에 대해 무엇이라고 반박하겠느냐”고 물었다.

또 나 변호사는 “김 여사가 사용하던 카카오스토리 계정에 올라온 글과 동일한 글을 @08__hkkim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올렸기 때문에 김 여사가 @08__hkkim이라고 주장한다”며 “조사 당시 경찰이 제시한 사진을 보면 김 여사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글은 캡처이고 @08__hkkim에 올라온 글은 공유 글이었다. 만약 김 여사가 @08__hkkim이라면 공유방식으로 올리지 다르게 올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기소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은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반박하고 해명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08__hkkim이 아니라는 증거도 충분히 제시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김 여사에게 유리한 증거는 빼고, 불리한 증거만 발췌해 기소의견을 만든 것”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해 오는 19일 김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08__hkkim 계정은 지난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였던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써 논란이 됐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