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택시 기본료 인상안 확정…카풀·승차거부 해결은 제자리

입력 2018-11-17 13:52

서울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이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본요금 인상이 ‘카풀 갈등’과 ‘승차거부’ 문제를 풀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택시단체들이 일찍이 이번 요금 인상은 카풀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데다, 승차거부와 불친절 등의 ‘택시 불편 문제’도 자구책으로 해결하겠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는 택시요금 인상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인상안은 기본요금을 3800원으로, 시간요금을 100원당 31초, 거리요금을 100원당 132m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심야할증 기본요금은 3600원에서 5400원으로 인상한다. 심야할증 적용 시간은 기존의 자정∼새벽 4시에서 밤 11시∼새벽 4시로 한 시간 앞당겨 적용한다.

새 요금료는 기존보다 17.1% 오른 수준이다. 현재 서울 택시요금은 기본요금 3000원과 시간요금(100원당 35초), 거리요금(100원당 142m)이 적용되고 있다. 심야 할증요금은 3600원이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2013년 10월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된 후 5년 만이다. 인상된 요금제는 서울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심의위원회·택시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빠르면 올해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택시요금을 올리는 대신 승차거부와 부당요금 근절 등 택시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도록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단거리 승차거부 방지를 위해 심야 기본요금 거리를 2㎞에서 3㎞로 연장하고, 그동안 자치구에 위임했던 승차거부 처벌 권한을 서울시가 모두 환수하는 것 등이 대표적 방안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선 택시기사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성호 기자

택시단체도 거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승차거부 등 고질적 문제들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한편 관할관청과 처분강화 등의 방안도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특정시간대, 특정지역에서의 극심한 승차난 등의 문제에 대해 업계 내부에서도 해결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그동안 서울시와 택시단체는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불거질 때마다 개선을 약속해왔지만 말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구체적인 대책 중 현실성이 있는 ‘택시 수요 예측 기술 도입 계획’조차 이미 주요 택시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진작 도입한 기술”이라며 “‘자정노력’과 ‘관할기관과의 협력 모색’ 등은 지금껏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택시단체는 ‘택시부족·승차거부’ 등의 대안으로 꼽히는 ‘카풀(미국 우버같은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또 한 번 명확히했다. 택시단체는 “카풀을 허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택시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항아리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고 물을 붓겠다는 것” 이라며 “택시산업은 카풀 합법화로 인해 반토막 날 것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어떤 지원책도 무의미하며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요금 인상과 카풀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택시업계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풀은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에만 운행하는 서비스라 택시의 대체재라기보단 보완재”라며 “카풀이 도입된다고 택시업계가 고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질적인 승차거부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카풀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카풀 기사 모집 포스터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