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뒤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마련이다.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해를 넘기지 않아도 되지만 정시모집에 응한다면 내년 2월까지 여러 갈래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특히 수시 6회, 정시 3회 지원 기회가 있어 다수 수험생들이 복수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는다. 확고한 우선순위를 정해놓지 않았다면 짧은 시간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평판에만 의존해 대학이나 학과를 고른다면 한숨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도움을 받아 참고할 만한 자료를 모아봤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원문을 볼 수 있다.
①중도탈락률과 경쟁률
미등록 미복학 자퇴 유급제적 등으로 학과를 이탈하는 비율을 뜻하는 중도탈락률은 유용한 팁이다. 반수(대학 다니며 대입 재도전) 등으로 대학을 옮기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 비율이 높다고 반드시 ‘불량’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중상위권 대학 중에도 이 비율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딴 마음을 품은 학생이 많아 면학 분위기에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종로학원이 2018년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해보니 서울권 인문·사회계열에선 한성대 상상력인재학부가 17.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경대 물류유통경영학과(16.7%), 상명대 공간환경학부(14.6%) 순이었다. 서울을 뺀 수도권 대학 중엔 단국대 국제경영학과와 안양대 공공행정학과가 나란히 16.7%로 1위였다. 서울권 자연계에선 서강대 자연과학부(25%), 서울여대 자율전공학부(20%), 이화여대 차세대기술공학부(17.8%) 순이었다.
경쟁률에는 눈치작전으로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경우를 걸러서 본다면 비슷한 점수대 학생들의 선호도가 나타나 있다. 사회적 평판과 현재 직업 시장에서의 가치와 미래 비전 등도 녹아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울권 인문·사회계열에선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59.6대 1,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55.6대 1, 국민대 글로벌한국어전공 47.2대 1로 최상위에 올랐다. 상위 50곳을 훑어보면 점수 층이 두터운 중상위권 수험생이 선호하는 대학들이 포진해 있다.
자연계는 의대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권에선 성균관대 의예과가 75.4대 1, 중앙대 의학부가 65.1대 1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다. 수도권에선 아주대 의학과가 105.6대 1로 1위였고, 인하대 의예과가 35.2대 1로 6위에 랭크돼 의학·보건계열 강세가 더욱 뚜렷했다.
②졸업 후 진로(진학률, 취업률)
동문들이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지,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는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또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프로의 세계에서 얼마나 해당 대학과 학과 타이틀이 유용한지도 생각해볼 점이다. 먼저 대학원 진학률은 서울대가 32.5%, 연세대 18.3%, 고려대·이화여대 16.9% 순이다. 학과별로 보면 서울권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고고학전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인도언어문명), 동국대 식품자원경제학전공 3곳은 100%였다. 서울대 철학과(57.1%)와 미학과(51.9%) 등도 취업보다 진학 비율이 높았다. 수도권에선 단국대 상담학과가 진학률 58.3%로 가장 높았다.
자연계는 동국대 바이오학부 의생명공학전공과 성균관대 건축토목공학부, 한양대 소프트웨어전공이 대학원 진학률 100%였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생명공학이 83.3%, 서울대 화학부가 80.5%로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선 가톨릭대 정보통신공학전공과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로봇공학과가 100%였다.
2018년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 연계 취업자를 보면 서울권은 숭실대가 취업률 56.9%로 가장 높았다. 성공회대 56.5%, 서울시립대 55.5%, 성균관대 54.7% 순이었다. 졸업생 2명 중 1명 이상 취업한 대학은 모두 16곳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선 경동대 졸업생 100% 취업했다. 다만 졸업인원이 10명에 불과해 유용한 수치는 아니다. 취업률 50%를 넘긴 대학은 20곳이었다. 일정 규모 이상 졸업생을 낸 학과 중에 취업률이 높아 눈에 띈 곳은 중앙대 지식경영학부로 졸업생 159명 중 136명(85.5%)을 취업시켰다.
③등록금·기숙사·재정규모
등록금 수준이나 기숙사 수용률 등도 수험생 처지에 따라 대학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므로 점검해두면 좋다. 대학 재정은 탄탄한지, 동문의 기반이 되는 학생 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도 참고하면 좋다.
등록금이 가장 비싼 곳은 연세대였다(2018년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인문계열은 최대 1373만8000원에서 최소 707만4000원이었다. 자연계열도 1398만6000원에서 822만4000원이었다. 수도권 인문계열은 단국대가 비쌌으며 최대 1011만4000원부터 671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연계열 최고는 아주대로 1124만원부터 783만2000원 사이였다. 종로학원은 “학과별 편차가 적지 않기 때문에 학과별 검색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고 설명했다.
기숙사 수용률은 서울교대가 58.3%, 총신대 53.4%, 연세대 35.2%, 서울과학기술대 22.5%, 성균관대 21.7% 순이었다. 이들 대학의 기숙사 입사 경쟁률은 1대 1 수준이었다. 수도권에서는 안양대가 95%로 가장 높았고 경인교대 제2캠퍼스 53.1%, 경인교대 본교 39.7%, 한국산업기술대 38.8%, 중앙대 38.4%로 나타났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후 입시시계가 빨라지면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중요해진다. 학생 연쇄이동이 일어나면 하루 이틀 사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며 “단순히 점수만 맞춰 가면 곤란하고, 본인의 진로와 적성을 토대로 대학과 학과의 정보를 취합해 판단하면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