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의 한 선착장에서 A씨(58·여)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박모(20)씨가 평소 이 여성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범행 장면이 담긴 CCTV상 박씨가 만취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상 전문가는 분석했다.
16일밤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거제 살인사건 피의자 박씨와 피해자 A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박씨의 친구는 인터뷰에서 그가 A씨를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한 거제 고현동의 선착장 일대는 평소 ‘윷놀이 노름판’이 벌어지는 등 ‘우범지대’였으며 인근 학생들이 자주 술을 마시러 오는 곳이었다. 박씨도 술을 마시다 근처를 지나가는 A씨를 목격했다고 친구는 말했다.
A씨는 키 132㎝, 몸무게 32㎏로 눈에 띄게 왜소한 체구다. 선착장의 버려진 소파에서 노숙을 했고, 날이 밝으면 일대를 청소하러 다녀 주민들에게는 유명 인사로 알려져 있었다. 박씨가 살인 대상으로 항거능력이 떨어지는 A씨를 미리 염두에 두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는 박씨의 수상쩍은 행동과도 관련이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범행 전 휴대전화로 ‘사람이 죽었을 때’ 등의 문구를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A씨의 얼굴과 머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폭행했고, A씨를 때리다 쳐다보거나 하의를 벗겨 도로 한 가운데 방치하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검색 결과와 실제 A씨의 모습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박씨가 ‘사람이 죽었을 때’를 검색하자 ‘동공이 풀린다’ ‘대소변을 본다’ 등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당초 박씨는 조사 과정에서 “만취한 상태여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영상 분석 전문가는 “박씨가 한 발을 들고 피해자를 위협하는 모습이 여럿 보인다”며 “취한 상태라면 균형잡기가 쉽지 않은데 박씨는 (한 발을 들고도) 중심을 잃는 장면이 없다”고 지적했다.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씨는 최근 거의 매일 자필 반성문을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불우한 가정사, 아르바이트로 어머니와 누나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감, 군 입대에 대한 스트레스 등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첫 공판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