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바늘 삼켜 생사 갈림길에 놓인 4살 여아를 구하라!’…광주 서부서 김택희 경위의 112특급 구조작전.

입력 2018-11-16 21:17 수정 2018-11-24 10:37

낚싯바늘을 삼킨 4살 여아가 교통체증에 막혀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가 경찰의 신속한 도움으로 내시경 응급시술을 받고 생명을 구했다.

4살 딸을 둔 김미영(41·여·가명)씨 부부는 2019학년도 수학능력 시험이 끝나가던 15일 오후 5시10분쯤 광주 풍암마재우체국 교차로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김씨는 금지옥엽 키우던 딸이 집에서 놀다가 날카로운 낚싯바늘을 삼키는 바람에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남편과 함께 병원 응급실로 급하게 향하던 길이었다.

끝이 뾰족한 낚싯바늘은 고기가 물었을 경우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U자형으로 제작돼 식도에 걸리면 좀처럼 빼내기 어렵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 자녀를 태우기 위해 운행하는 승용차가 몰린데다 임박한 퇴근시간까지 겹쳐 도로는 평소 때보다 더 체증과 혼잡이 심했다. 주차장이나 다름없는 도로에 갇힌 김씨 부부의 승용차는 도저히 제 속도를 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때마침 앞서가던 112순찰차가 눈에 띤 김씨 부부는 아이를 품에 안고 내려 순찰차 문을 황급히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딸이 낚싯바늘을 삼켜 병원에 빨리 가야하는 데 길이 막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제발 병원까지 갈 수 있게 좀 도와주십시오”

사태를 직감한 광주서부경찰서 김택희(50) 경위는 교통관리 업무를 뒤로 미룬 채 서둘러 김씨 모녀를 순찰차에 태우고 좁은 도심 골목길을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싸이렌과 긴급 출동 경광등을 켠 채 과속방지턱과 때로는 중앙선도 무시하고 6∼7㎞거리를 종횡무진 내달린지 10여 분.

119구급차 역할을 한 순찰차는 무사히 모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김씨 모녀의 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당 병원에 마땅한 검사 및 시술장비가 없어 더 큰 종합병원에 가야했던 것이다.

다시 112순찰차에 탄 김씨 모녀는 2∼3㎞ 떨어진 모 종합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은 ‘특급 임무’를 부여받은 김 경위도 마찬가지였다.

4~5분쯤 더 ‘도심 레이스’가 펼쳐졌을까. 대학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메던 어린 딸은 내시경을 통해 40~50여분 동안 식도에 걸려 있던 낚싯바늘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고 무사히 의식을 회복했다.

불안에 떨던 김씨 부부와 김 경위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김씨 부부는 “차가 막혀 가슴만 태우고 있었는 데 때마침 경찰차가 눈에 띄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작정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며 “신이 도운 덕분인지 경찰차가 눈에 띄었고 김 경위의 침착한 대처가 딸을 살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울먹였다.

내시경 시술을 받은 김씨 딸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경위는 “낚싯바늘이 식도에 걸린 아이는 낚싯줄이 입술에 걸려 입 밖으로 나와있고 숨을 헐떡이면서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경찰관의 입장에서 서둘러 병원에 데려다줘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