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생 직원에게 음식 봉투를 집어던져 ‘갑질’ 논란을 일으킨 김모(49)씨가 15일밤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피해 직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경찰서에 나온 김씨는 약 1시간 가량 조사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글쓴이는 블랙박스 영상과 함께 “일요일(11일) 앞 차량이 주문한 제품을 받고는 직원과 몇 마디 나누더니 갑자기 받은 제품을 직원 얼굴에 던졌다”며 “맞은 직원은 울고 있었다”고 적었다.
경찰에 출석한 김씨는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고 몸이 좋지 않았는데 주문한 세트가 아닌 단품이 나와 감정이 폭발했다”며 “피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울산제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무조건 잘못했다. 당시 바로 사과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후회스럽다”고 했다. 이어 “몸살로 몸이 안 좋다보니 순간적으로 너무 짜증이 솟구쳐 안 먹겠다고 얘기하면서 직원 쪽을 보지도 않고 홀 안으로 제품을 던졌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음식 봉투를 던진 게 우연히 직원에게 맞았을 뿐 고의로 직원을 겨냥해 던진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씨가 전한 당시 상황과 피해 직원이 기억하는 상황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피해 직원 A씨는 “주문한 메뉴가 잘못 나간 게 아니다. 손님이 처음 햄버거 네 개와 얼음 뺀 콜라를 주문했고, 햄버거가 안된다고 하자 에그머핀 네 개를 주문했다”며 “단품 주문인지 재차 확인까지 했다”고 썼다. 반면 김씨는 햄버거 주문이 안 된다고 해 에그머핀 세트를 시킨 줄 알았는데 단품이 나와서 짜증이 났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A씨는 “손님이 ‘X발 안 먹어’라고 욕설을 하며 봉투를 집어던졌다”고 했지만 김씨는 “‘미치겠네’라고 했을뿐 욕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인터넷에 집과 차량 번호, 나이 등이 다 공개돼 피해가 심각하다. 가족들이 너무 불안해한다”며 ‘신상 털기’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김씨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김씨가 아르바이트생에게 명백한 ‘갑질’을 저지르고도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고 네티즌들은 의심한다. 피해 아르바이트생은 이번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네티즌은 “햄버거로 맞은 아르바이트생은 평생 트라우마가 남게 생겼다”며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썼다. 다른 네티즌은 “이슈가 커지고 고발장이 들어오니 마지못해 사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