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 방문 일정에 맞춰 ‘드루킹’ 김모씨가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개발을 서두르도록 지시했다는 프로그램 개발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그는 김 지사 앞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지시하고 개발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측 관련자들이 진술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 2번째 공판에는 드루킹 측근이자 댓글조작 공범인 ‘둘리’ 우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킹크랩 프로그램 개발·운영자인 우씨는 이날 증인 심문에서 김 지사가 2016년 9월쯤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산채’로 불린 경기 파주 소재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처음으로 방문했다고 진술 했다. 그러면서 ‘이날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새누리당 댓글 기계에 관해 얘기했나’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우씨는 이어 ‘원래 예정보다 킹크랩 개발을 서두른 이유가 시연회 일정에 맞춘 것이냐’는 특검 측 심문에도 “맞다. 원래 킹크랩 1차 버전 개발 예정 기간은 2017년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우씨는 킹크랩 시연회 당시 상황 관련 “당시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 진행에 대한 허락을 물었고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맞다”고 진술했다.
반면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우씨가 당시 김 지사와 함께 있던 시간이 단 몇분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씨 측은 “상식적으로 시연 후 설명도 않고 바로 개발해도 되느냐고 묻고 승낙한다는 얘기가 튀어나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우씨 이름으로 아마존 웹서버를 임차한 시기가 2016년 7월쯤이라는 점도 반박 증거로 제시했다.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을 개발한 시기가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하기 전이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또 우씨가 작성한 노트에 ‘킹크랩 개발 2016년9월, 1차 완성 2017년1월’ 등이 쓰인 점, 이 내용이 드루킹 김씨의 압수 노트에 적힌 것과 같은 점을 지적하며 “(드루킹 측) 변호사를 통해 들은 것을 적은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우씨는 이에 “전해들은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앞서 김 지사는 법정에 출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공모 활동을 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 “추후 재판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드루킹 공범 ‘솔본아르타’ 양모씨가 1차 공판에서 진술한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김 지사는 또 킹크랩 시연회 관련 의혹들에 대해서도 “지난 재판 때도 사건의 실체에 많이 접근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시 지켜본 언론인들도 보셨듯 남은 재판 과정에서 하나하나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드루킹 일당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변호인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관련 증거 등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