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문제로 지인을 무참히 살해하고 40대 남성이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여성 가발, 원피스로 여장을 하고 은행을 찾아 피해자의 돈까지 챙겼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합의제13부(부장판사 강혁성)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안모(57)씨를 죽이고 시신을 암매장한 뒤 숨진 안씨의 신용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살인 동)로 기소된 박모(48)씨에 대해 징역 30년에 처한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6월 7일 중랑구의 한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안씨가 “동생(박씨)의 여자친구를 내가 한 번 사귀어보면 안 되나. 양보해 달라”는 말을 해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박씨의 집에 가서 한잔 더 했고, 안씨는 다음날 재차 “200만원을 줄 테니 양보하라”고 했다. 안씨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에 격분한 박씨는 밥상 위에 있던 과도를 집어 안씨의 배를 두차례 찌른 후 침대 위로 쓰러뜨려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질식사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숨진 안씨의 시신을 6일 후 수락산 인근에 묻으면서 시신 일부를 절단해 훼손했다. 살인을 저지른 다음날에는 미리 준비한 여성 가발, 선글라스, 원피스 등으로 여장을 한 뒤 인근 은행에서 안씨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390만원을 인출했다. 1회당 100만원씩 4차례에 걸쳐 400만원의 현금서비스도 받았다.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 수법, 경위와 사후 정황을 비춰 살인을 다시 범할 위험이 있다”며 “무거운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