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가 셀링리그? EPL 될 거라 본다”

입력 2018-11-16 15:48 수정 2018-11-16 16:14

“멀지 않은 미래에 사회적 시선이, 사회적 기준이 e스포츠를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때가 올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e스포츠를 위해 지금까지와 같이 노력할 것이다.”(오상헌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 사업총괄)

오상헌 팀장은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G-CON 2018에서 ‘LOL로 바라본 e스포츠의 현황과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오 팀장은 ‘페이커’ 이상혁에 대한 소개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LoL e스포츠에서 ‘페이커’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농구사업이 발전했을 때 마이클 조던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었다. 골프는 타이거 우즈가 그랬다. ‘페이커’는 비슷한 포지션에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이키는 스포츠 산업에 보수적인 기업이다. 게임 업계가 나이키에 제안했을 때 ‘게임은 고객이 아니다’면서 반대했다. 그런데 최근 나이키가 먼저 중국 프로게이머 ‘우지’ 지안 쯔하오에게 스폰서를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통계자료를 사례로 들며 “2017년 미국 스포츠 시청자수에서 슈퍼볼 다음이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였다. 그 뒤로 MLB 월드 시리즈, NBA 파이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산업적 성장세에도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쉽게 걷어지지 않고 있다. 오 팀장은 “‘스포츠인가 오락인가’라는 주제는 10년 넘게 다뤄진 내용이다. 인식적으로 게임은 신체활동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스포츠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체활동이 많은 것만 스포츠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브레이킹 댄스, 이종격투기 등은 가장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아직 이들을 종목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e스포츠는 과거 스포츠라 말하기엔 요건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현재는 스포츠로 해석될 수도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 멀지 않은 미래엔 스포츠로 인정받을 거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게임이 재미있다고 반드시 e스포츠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오 팀장은 “성공적인 e스포츠를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인구가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봐도 계속 재밌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볼 때마다 변하고, 내용이 달라야 한다. 실제로 남이 게임하는 걸 봤을 때 재미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태생적으로 보는 게 재밌는 게임이 e스포츠로서 잠재력이 있다. 여기까지 오면, 그 게임을 가지고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비로소 e스포츠로서 가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LoL은 선천적으로 e스포츠에 좋은 조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용자가 꾸준했고, 보는 재미도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대회로서 수준을 올리기 위해 투자를 과감히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 팀장은 과거 ‘광안리 10만의 기적’을 예시로 들며 “그때 정말 많은 사람이 몰렸고, 경기 내용 또한 재밌었다. 그러나 이후 침체기에 빠졌다. 이것이 함의하는 바는 꾸준한 투자다. e스포츠의 ‘롱 런(long run)’을 위해서 게임사가 지속 가능한 투자를 해야 하지만 게임의 매출이 떨어지면 그만큼 투자가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엇 게임즈는 지속 가능한 e스포츠를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e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회를 제작·운영하고, 플랫폼을 통해 송출하면 팬들이 대회를 보고 반응한다. 그 후 스폰서들이 대회에 투자하면서 대회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한국 대회의 ‘셀링 리그’ 전락 우려에 대해 “축구로 보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팀장은 “한국을 축구의 브라질과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수치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개한 언어권별 시청자수를 보면 국내 프로 대회인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한국어 중계 시청자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중국어 시청자가 7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영어권도 7%로 적지 않다. 오 팀장은 “LCK 대회의 퀄리티와 상품 가치는 EPL과 비교해도 무방할 정도로 세계 각지에서 시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선수는 여전히 세계 최고다. 그 근간은 PC방에 있다”면서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가령 이번에 은메달을 딴 컬링팀도 그 동네에 컬링 경기장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은 e스포츠에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친구들과 PC방에 가고, 경쟁하며 실력을 쌓는다. 그 사람들 중 정말 우수한 인재가 나오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오 팀장은 “e스포츠를 재밌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많은 게임사들이 실패했다. LoL 대회가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 수 있도록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밝혔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