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최근 소속팀인 LA 다저스가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QO)를 수용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 연봉의 평균인 1790만 달러(약 202억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 또 브라이스 하퍼(26)가 자유계약선수(FA) 최대 계약 규모인 4억 달러(약 4528억) 시대를 열지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최대 관심사다. 바로 이들 뒤에 스캇 딘 보라스(66)라는 인물이 있다.
보라스는 전 세계 에이전트 가운데 수입 1위다.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리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공공의 적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 있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대표다.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퍼시픽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80년부터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협상판에 선수의 통계 기록은 물론 신체 능력 미래 리포트 등 다양한 자료를 들이밀었다. 유망 선수의 입도선매도 서슴지 않았다. 벼랑 끝 협상도 마다하지 않았다. 구단의 약점도 파고들었다. 많은 돈을 보장해주기에 선수들은 계속 몰리고 있다. 보통의 에인전트들은 3~4%의 수수료를 챙기는 반면 보라스는 5~6%를 받은 경우도 적지 않다.
KBO리그에서도 보라스 같은 에이전트가 나올 수 있을까. 올해부터 선수 대리인인 공인 에이전트가 공식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시험에서 91명이 자격 시험을 통과했다. 또 지난 7월 2차 시험에서 37명이 시험을 통과했다. 120여명의 공식 에이전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선수들은 직접 구단과 협상하지 않고 에이전트를 내세워 협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국내 에이전트들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선수는 총 15명이며 이마저도 구단별로는 3명으로 제한돼 있다. 수수료는 선수 계약 규모의 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10억원 계약을 맺은 경우 5000만원을 받는다는 말이다.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러기에 대형 계약을 앞둔 선수 확보가 에이전트들의 생존 1차 과제인 셈이다.
첫 활동 공간은 FA 시장이다. 17일 2019년 FA자격 취득 선수가 발표된다. 이들과 손잡은 에이전트들은 보라스처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이번이 첫 활동 케이스가 되는 만큼 무리를 해서라도 고액의 계약을 맺으려 애쓸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법 많다. 우선 저연봉 선수들의 경우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수수료가 많지 않은 만큼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익 에이전트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에이전트 보유 선수 및 수수료 제한 또한 활동폭을 넓히는 데 제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이들 제한 규정을 쉽게 풀다가는 미국과 달리 선수가 많지 않은 KBO리그에선 독점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탓에 에이전트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현실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찾아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선수들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