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일행이 서로 폭행한 ‘이수역 사건’에 대해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두 일행은 15분가량 밀고 당기고 몸싸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맨 처음 신체 접촉은 여성 측에서 남성의 손을 치면서 시작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여성 중 한 명이 앉아있던 남성이 가방을 잡고 있던 손을 치면서 신체 접촉이 시작됐고, 두 일행이 서로 모자의 챙을 치면서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15분가량 지속됐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13일 오전 4시22분쯤 동작구 이수역 인근 한 주점에서 발생한 이 사건의 관계자인 A씨(21) 등 남성 3명과 B씨(23) 등 여성 2명은 쌍방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건 관계자 조사에 앞서 경찰은 CCTV와 점주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 경찰은 “여성 2명이 주점 내에서 큰 소리로 소란을 피워 커플이 쳐다보자 ‘뭘 쳐다보냐’며 말다툼을 시작했고, 점주가 여성들에게 소란 자제를 요청했다”면서 “커플이 나간 후에 남자 2명에게 ‘너희들 아직도 안 가냐’며 말다툼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말다툼은 여성 중 한 명이 테이블로 다가가 남성 한 명의 손을 친 것을 시작으로 폭행으로 번졌다. 일행이 손을 맞자 다른 남성이 여성 한 명의 모자 챙을 쳤고, 여성 측도 다른 남성의 모자 챙을 다시 쳤다. 이후 서로 밀치고 당기는 실랑이가 계속됐고, 남성들이 주점을 나가려고 하자 여성 일행이 이를 제지했다. 남성들이 주점을 나가고 나서는 이를 뒤따라 나갔다. 서로 밀치는 등 폭행은 주점 밖 계단에서도 이어졌지만 CCTV가 없어 정확한 과정은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쌍방폭행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B씨 일행이 먼저 신체접촉을 시작한 것도 아직은 폭행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CCTV는 음성이 녹음되지 않아 어떤 취지에서 접촉이 시작된 건지, 사각지대는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양측이 찍은 휴대전화 영상도 제출받아 소극적 방어인지 적극적 공격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됐던 성별 혐오 발언은 초동조치 당시 양측이 작성한 진술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술서에서 남성 일행은 “소란을 피워 개입했다”고 사건 발단 경위를 작성했고, 여성 측은 “이유 없이 (남성들이) 끼어들었다”고 했다.
여성 중 한 명이 머리에 입은 상처에 대해 경찰은 “사건 당시 1차 후송됐던 병원에 어제 찾아갔으나 당직 의사가 부재 중이어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현재 입원해있는 병원의 의사를 만났지만 진료 차트 등 객관적인 자료가 확보돼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연락이 두절됐던 여성 측은 다시 연락이 돼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은 목격자인 남녀 커플도 조만간 신원을 파악해 진술을 받을 계획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