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에서 (한·미) 호흡이 가장 좋았던 때가 DJ정부와 클린턴 행정부 때다. 한국과 미국의 (진보성향인)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후 양국 민주당의 임기는 엇갈렸다. 같은 이념과 성향의 당이 같은 시기에 집권하지 못하니 이게 한반도 대북 정책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제19대 대통령 선거 직전엔 당선자를 예상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미국의 보수성향인 공화당이 집권하면 한국은 반대로 진보성향의 정권이 집권한다는 것이었다. 근거로 든 것이 노무현정부 때와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미국의 대통령은 각각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정당인 공화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재미있자며 인터넷에 올라온 이 글이 현재 전개되고 있는 대북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흥미로운 의견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형 대외전략연구실장은 1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미 경제연구소(KEI)가 공동 주최한 국제세미나에서 “한국과 미국의 민주당은 대화와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는 정당”이라며 “정치학자 관점에서 최근 20년간 한국의 민주당과 미국의 민주당이 같이 만나는 경우가 엇갈렸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2018 미 중간선거 결과가 대북 및 통상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실장에 따르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협조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대북제재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 실장은 “1994년에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뒤 북미 합의가 뒤집혀진 사례가 있다”면서 “그때는 공화당이어서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민주당이라는 게 흥미로운 것”이라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평가 격이었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회의론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캐슬린 스티븐스 KEI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돌발 행동으로 예측하기 어려웠었는데 중간선거 이후 예견하기 더 어렵게 됐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앞으로 정상회담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상황 등에 대해 면밀하게 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법은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지만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입법 발의된 법안이어서 향후 의회 이슈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논란이 되는 북한 비밀 미사일 기지와 관련해서도 “미사일 역량 개발 테스트까지는 안 한 것으로 알지만,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내 (북한 제재 완화에 대한) 기존의 회의론을 더욱 강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리 오웬 로스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미 재무부에서 미국 대기업에 북한에 투자하지 말라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미·북 간 관계의 진전이 더딘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상으로 볼 때 미국이 더 강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