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영역의 오탈자는 35번 문항의 지문·보기에 각각 실린 ‘봄을 바라보고 섰는 사나이’라는 시구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가 잘못 적혔다.
이강래 수능 출제위원장은 15일 “국어영역 문제지에서 단순 오기가 발견돼 부득이하게 정오표를 문제지와 함께 배부했다. 수험생들에게 불편을 끼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문제 풀이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부호 하나도 정확한 것이 옳은 일인 만큼 정오표를 제작해 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수능 출제진이 국어영역 시험지 인쇄를 마친 뒤 오탈자 2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시험 전이어서 오류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오류는 수능 1교시 국어영역 홀·짝수형에 동일하게 실린 33~35번 문항 공동 지문, 35번 문항 보기 2번에 각각 1개씩 발생했다. 김춘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서 두 번째 행의 시구인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에서 ‘바라고’가 ‘바라보고’로 잘못 적혔다. 이 오기는 지문과 보기에서 모두 발견됐다.
김창원 수능 검토위원장은 “세 단계의 검토 과정을 거쳤지만 980문항을 모두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다”며 “(국어영역의) 오탈자는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읽히는 과정에서 묻혀간 부분이 있어 놓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락을 좌우할 수준의 오류는 아니었다는 것이 출제·검토위원장의 공통적인 평가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올해 출판된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에 수록돼 학교와 학원가의 수험생들이 준비했던 시 중 하나다. 시구를 정확하게 암기한 수험생에게 오탈자는 집중력을 저해할 수 있다. 더욱이 EBS 비연계 작품인 유치환의 시 ‘출생기’와 결합된 33~35번 문항 공동 지문에 실린 이 시의 오탈자는 혼란을 가중했을 가능성도 있다.
SNS 타임라인에선 “‘봄을 바라고 섰는’과 ‘봄을 바라보고 섰는’이 완전히 다른 의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능 출제·검토위원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은 오후 4시 현재 수능의 모든 영역을 완주한 수험생의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