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냈다! (Yes, we could!)”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 ‘캐러밴’이 속속 미국 국경에 도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국경 접경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캐러밴은 자국에서의 삶이 죽음보다 끔찍하다고 여겨 미국행을 선택한 이들의 행렬이다. 이들은 지난달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국경에서 3600㎞ 떨어진 온두라스 북부 산 페드로에서 미국을 향해 출발했다.
멕시코를 통과하는 캐러밴은 크게 3개의 행렬로 7000~1만명 정도의 인원이다. 출발한 지 약 한 달째인 지난 11일 성 소수자들로 이뤄진 80명이 미 캘리포니아 접경 멕시코 도시 티후아나에 처음 도착했다. 뒤이어 13일 선발대 357명, 14일 398명의 이민자가 더 도착했다.
약 5000명의 1진 행렬은 국경에서 1800㎞ 떨어져 있지만, 차량을 이용해 하루에 수백 ㎞씩 빠르게 이동 중이다. 2진 행렬 1300명은 현재 멕시코 시티 시내의 한 경기장에서 쉬고 있다. 마지막 대열 1100명은 14일 새벽 멕시코 시티에 도착했다. 일부 이민자들은 캘리포니아만을 따라 시날로아주에 진입했으며 북쪽 국경지대의 소노라주를 향하고 있다.
2·3진 행렬은 선발대가 이미 티후아나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이 해냈다면, 우리도 못 할 이유가 없다”며 희망에 차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캐러밴은 망명은커녕 난민 신청을 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선발대가 도착한 13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캐러밴 행렬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캐러밴의 망명 신청을 막기 위한 포고문에 서명했다. 그는 캐러밴을 향해 미국에 대한 ‘침략’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남부 국경에 국경수비대와 군 병력 7000여명을 배치하고 철조망을 비롯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국경 검문소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어지는 차선을 폐쇄하는 등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미국 남부 국경을 방문해 “파병이 전쟁에 대비한 좋은 훈련이 될 것”이라며 긴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캐러밴의 엄청난 인파가 빠르게 국경에 도착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강력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멕시코는 캐러밴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