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길에서 1000만원 주운 환경미화원이 한 행동

입력 2018-11-15 13:00 수정 2018-11-15 13:00
국민일보DB

아무도 없는 새벽, 길에서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줍는다면 우리는 망설임 없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요?

지난 8일 오전 5시20분쯤 환경미화원 최유용(48)씨는 여수 쌍봉동 거북상가 근처 거리를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전날 비가 온 뒤라 길거리도, 쓰레기도 축축해져 비질하기 힘든 날이었습니다.

최씨는 젖은 쓰레기 때문에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물에 흠뻑 젖어 길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는 하얀 봉투를 발견합니다. 빗자루로 쓸리지 않아 손으로 들어 올렸는데, 봉투의 찢어진 틈 사이로 5만원권 다발이 보이는 겁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무려 1060만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최씨는 바로 인근 쌍봉지구대를 찾아갔습니다.

두 아들을 슬하에 두고 있는 최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가장으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바르게 행동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또 큰돈을 잃어버린 허망함을 아니까 당연히 찾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다행히 그 전날 분실물 신고가 들어와 빠르게 주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돈의 주인은 수십 년째 어업에 종사하고 계신 이상출(62)씨 였습니다. 이씨는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봉투에 담아 대출을 갚기 위해 길을 나서다 돈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는 “자동차에 오를 때까지는 분명히 있었어요. 그런데 차를 타다가 호주머니에서 쏙 떨어져 버린 거죠. 하필 주차장 밖에 차를 세워 CCTV로도 잘 안 보였어요. 온종일 찾아도 알 수가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최씨는 사례금도 받지 않았습니다. 소중한 돈을 찾아준 최씨가 정말 고마웠던 이씨는 “사례금을 안 받겠다면, 싱싱한 낙지라도 잡아주고 싶다”고 했지만 최씨는 마음만 받겠다며 끝내 아무것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쑥스러워했습니다.

최씨는 과거에도 돈과 통장을 할머니께 찾아드린 적이 있다고 해요. 당시에도 어머니 생각이나 사례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욕심보다 돈을 잃어버린 주인의 아픈 마음을 더 중요시한 최씨. 길거리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도 밝혀주셨는데요. 이런 분이 있어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같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