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그후] 죽음 막은 보배드림 회원들이 그 이후 한 일

입력 2018-11-15 05:00
게티이미지뱅크

14일 새벽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너무 힘이 들어서...’라는 제목의 심상찮은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글을 쓴 A씨는 “너무 힘듭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살 도구와 유서로 보이는 종이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 글을 본 보배드림 회원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습니다. “부디 살아라” “암 환자인 나도 산다. 힘내라” “얘기 다 들어줄게. 술 한잔하자” 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는 동시에 몇몇 회원들은 경찰에 수차례 자살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신고가 접수된 지 10분쯤 됐을까요. A씨는 관할 지구대 경찰에게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발견 당시 A씨는 의식이 없었다”며 “치료가 시급해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원들의 신속한 움직임이 없었다면 소중한 생명을 잃을 뻔한 겁니다.

A씨를 살리고자 했던 회원들의 신고는 끈질기게 이어졌습니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한 회원이 “A씨를 찾았으니 그만 신고해주셔도 된다”는 글을 올릴 정도였습니다. A씨가 무사히 발견돼 큰 불행은 막았지만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보배드림 글 캡처

이 일은 A씨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의 일입니다. A씨를 구조한 119센터와 관할 지구대에는 주문한 적 없는 치킨이 속속 배달되기 시작했습니다. 구조 소식을 들은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치킨을 주문해 보낸 겁니다. ‘신속한 출동에 감사드린다’ ‘새벽에 생명을 구조하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정말 감사하다’ 등의 인사도 함께 도착했습니다.

치킨을 보낸 한 회원은 주문 결제창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경기도에서 달려가고 싶었으나 너무 멀어 발만 동동 굴렀다”며 “맛있게 드시고 힘내시라. 항상 감사하다”고 썼습니다.

이에 치킨을 받은 한 구급대원은 “크게 한 일도 없는데… 치킨 감사히 먹겠다”며 인증 사진을 올렸습니다.

한 생명을 구하고자 새벽잠을 잊고 수화기를 든 모든 사람과 낯선 동네의 119센터와 지구대에 치킨을 주문하며 기뻐했을 사람들을 보며 느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