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에 앞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모두 19명이었다. 금액으로는 631억5000만원이나 됐다. 상당수가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른바 ‘먹튀’ 선수들도 눈에 띈다.
LG 트윈스 김현수(30)는 2년간의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원소속팀인 두산 베어스가 아닌 LG에 둥지를 틀었다. 4년 115억원이라는 올 시즌 최고액이자 역대 2위 금액이었다. 1위는 1년 앞서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 이대호(36)로 150억원이었다.
김현수는 올 시즌 453타수 164안타, 타율 0.362를 기록했다. 타격왕이다. 그러나 9월 4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이후 경기에서 뛰지 못했다. 순위경쟁을 벌이던 LG에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당시까지 최다안타, 타점, 득점 부문 등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한 달여의 공백 기간 동안 타율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밀려났다.
올 시즌 FA 계약 규모 2위인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30)은 기대치만큼 활약을 펼쳤다. 4년 98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553타수 182안타, 타율 0.329를 기록했다. 26홈런에다 20도루로 ‘20-20’클럽에도 가입했다. 득점권 타율이 0.360에 이를만큼 롯데 공격을 이끌고 나갔다. 다만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하면서 3년 연속 전 경기 출장이 무산된 게 아쉽다.
KT 위즈 황재균(31)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4년 88억원의 대형 계약이었다. 올 시즌 530타수 157안타, 타율 0.296을 기록했다. 25홈런에 88타점을 올렸다. 삼진은 120개를 당했고, 실책은 17개나 됐다. 현재로선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다소 우세하다.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33)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4년 80억원을 받고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했다. 427타수 115안타, 타율 0.269를 기록했다. 22홈런에 71타점을 올렸다. 96삼진에 실책은 8개를 범했다. 특히 득점권 타율은 0.225로 극히 저조했다.
4년 80억원을 받고 롯데로 옮긴 민병헌(31)에 대한 평가도 상반된다. 올 시즌 443타수 141안타, 타율 0.318을 기록했다. 17홈런을 때렸지만 타점은 66타점에 불과했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0.283에 머물렀다. 타율은 예전과 차이가 없지만 중요한 순간 터뜨려 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롯데팬들에게 남겨줬다.
한화 이글스와 두 번째 FA 계약을 맺은 정근우(36)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2+1년’ 35억원에 계약을 맺은 정근우는 올 시즌 375타수 114안타, 타율 0.304를 기록했다. 1루수로 변신해 11홈런을 날리며 노장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밖에 ‘1+1년’ 10억원에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롯데로 옮겨온 채태인(36), 올 시즌 FA 1호 문규현(35), 2년 총액 6억원의 권오준(38), ‘1+1년’ 3억원의 김승회(31) 등은 저가 FA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올 시즌 FA 계약을 맺고도 제대로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도 꽤 된다. 한화 박정진(42)은 2년 총액 7억5000만원에 계약했지만 올 시즌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년 총액 4억원의 계약을 맺은 KT 이대형(35)도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 올 시즌 1경기 1타석만을 소화했다. 5500만원의 최저가 FA인 NC 최준석(35)은 153타수 39안타, 타율 0.255를 기록했다. 결국 팀에서 방출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