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민혜, 사이클 국가대표의 마지막 가는 길

입력 2018-11-13 21:32 수정 2018-11-13 21:49
아시안게임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이민혜. 이민혜 가족 제공

“사이클에서 우승하듯 병도 이겨냈다면 좋았으련만….”

전 사이클 국가대표 이민혜의 어머니 최강희씨는 13일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자꾸 말을 삼켰다. 그는 “민혜가 고생만 하다 갔다”고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둘째 딸은 선수 시절에는 자전거 위에서, 투병 중에는 병상 위에서 쉴 새가 없었다.

이민혜는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12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향년 33세. 그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 개인추발·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도로독주 금메달을 비롯해 3번의 아시안게임에서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찾아온 갑상선암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땄던 이민혜였지만, 2016년 8월부터의 급성골수성백혈병은 따돌리지 못했다. 지난 6월 나타난 폐렴 증세가 악화돼 결국 눈을 감았다.

독한 항암제를 먹다 토하길 반복하는 투병 생활 중에도 이민혜는 역시 강인한 사이클 선수였다. 폐렴이 도지기 전 이민혜는 후원사에 요청해 자전거를 하나 마련했다. 옛 은사들에게 전화해 “2년 안에 몸을 만들어 갈 테니 받아 달라. 다시 자전거를 타겠다”며 시합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가 지난해 12월 올린 SNS에는 유니폼을 입은 사진과 함께 “지금은 치료과정이라 자전거를 탈 수 없지만 언젠가는 다시 안장 위에 올라 페달을 굴리는 날을 기대하며, 희망을 갖는다!”는 말이 쓰여 있다.
지난해 12월 백혈병으로 투병 중 사이클 유니폼을 입어본 이민혜. 이민혜 인스타그램

효자종목 선수였던 이민혜는 비인기 종목의 선수이기도 했다. 그는 고독하게 투병했다. 2년 3개월여간 약 2억원을 치료비로 썼다. 최씨가 말하길 “민혜가 자전거로 번 돈을 다 썼다”고 한다. 월 30만원의 연금 이외에는, 금메달이나 체육훈장 맹호장이 병원비로 쓰이진 못했다. 임종 전 이민혜는 사이클 선수를 꿈꾸는 조카에게 “사이클은 타지 마라”고 했다.

그나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이민혜의 사정을 알리는 언론 보도가 나온 후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치료비를 모으는 기부·후원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지난 5일에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이 10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민혜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는 않았다. 이민혜를 추모하고자 하는 수많은 동료와 선후배들의 발길이 빈소에 이어졌다. 애초 50평 크기로 마련됐던 빈소는 조문객이 앉을 자리가 부족해 80평 자리로 옮겨졌다. 상주는 최씨와 이민혜의 언니, 형부까지 셋뿐이어서 연이어 오는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최씨는 “민혜가 잘 살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병상에 누워서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후배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격려했던 이민혜였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연세장례식장 3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4일 오전 10시.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