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더타임즈’ 등은 최근 성경 무료배포 단체인 ‘바이블 소사이어티’가 지난 11일 제1차 세계대전 휴전 기념일(Armistice Day)을 맞아 ‘엠파이어 시네마(Empire Cinemas)’에서 자체 제작한 단편영화를 상영하려고 했지만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3분짜리 짧은 영화에는 자료 영상과 함께 ‘전 세계 영연방에서 9백만 명 이상의 남녀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그들은 모두 성경을 군사 물품으로 지급 받았다. 성경은 희망의 원천이자 영원한 안식을 위한 필수품이기 때문이다’는 자막이 나온다. 이어 현재를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 요한계시록 21장 1~7절을 암송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성경, 오늘날에도 여전히 평화와 희망을 드립니다’는 자막이 흐른다.
바이블 소사이어티는 애초 14개 엠파이어 시네마의 총 125개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었지만 엠파이어 시네마가 이를 거절했다.
엠파이어 시네마측은 “바이블 소사이어티는 우리의 결정에 실망했겠지만 1차 세계대전에서 성경을 지급했다는 내용은 영상의 초반 20초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현대 영국인들이 성경 구절을 암송하는 내용”이라면서 “어떤 종교 단체의 광고도 상영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블 소사이어티측은 그러나 “성경은 기독교인만을 위한 종교적인 문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책이었다”면서 “성경이 영국 군인 전원에게 지급된 군장 필수품이라는 건 역사적 사실이다. 많은 사람에게 성경은 희망의 원천이었다”고 반발했다. 이어 “민간기업인 엠파이어 시네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유지만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이 성경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될 기회를 놓치게 돼 슬프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기독교 영화의 상영을 거절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디지털 시네마 미디어는 2015년 ‘다른 신념을 갖거나 무신론자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면서 영국 성공회의 단편 영화를 걸지 않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