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약 처방에 녹용, 구기자, 석창포 등을 가미해 만든 신물질이 뇌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손상된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켜준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SCI(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급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뇌 염증과 관련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 등의 예방 및 치료에 응용될 가능성이 확인돼 주목된다.
한국뇌연구원(KBRI) 허향숙 책임연구원과 휴한의원 네트워크 위영만 대표원장 공동연구팀은 숙지향 산수유 복령 등으로 구성된 ‘육미지황탕’에 녹용 등 한약재를 섞어 만든 신물질(ALWPs)이 동물실험에서 이 같은 효과가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에이징 뉴로사이언스(2017년 기준 임팩트 팩트 4.5)’ 9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쥐에게 뇌 염증 유발 물질(스콜폴라민·기억력이 저하된 치매 상태를 유발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질)을 투여하는 방법으로 처치하지 않은 대조군(정상 상태)과 매일 한차례씩 ALWPs를 주입한 실험군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고차원적인 사고를 주관하는 대뇌피질과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 모두에서 ALWPs는 뇌 염증 반응을 정상에 가깝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어 뇌염증 유발물질로 인해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저하된 쥐에게 ALWPs를 투여하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는 동물의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Y-미로 검사와 NOR 검사가 활용됐다.
Y-미로 검사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쥐의 습성을 이용해 쥐가 세갈래 길에서 얼마나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주로 단기 기억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한다. 이번 실험에서는 세갈래 길에 쥐를 3분 동안 놓아두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했다. 그 결과 뇌염증이 유발된 쥐는 정상 쥐에 비해 40% 가량 수행 능력이 떨어졌으나 ALWPs를 투여한 그룹은 수행 능력이 다시 정상으로 개선됐다.
NOR(신물질 탐색) 검사는 익숙한 물체보다 새로운 물체를 좋아하는 쥐의 습성을 이용해 학습능력과 장기 기억력을 평가한다. 쥐가 전날 본 물체와 새로운 물체를 놓아두고 전날 본 물체를 기억해 새로운 물체를 향하는 빈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뇌 염증이 유발된 쥐는 정상 쥐에 비해 35% 가량 수행 능력이 떨어졌다. 반면 ALWPs를 투여한 쥐는 수행 능력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연구팀은 또 실험에서 이 치료 한약이 뇌에서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과 타우 단백질 작용을 억제하는 것도 확인했다.
스콜폴라민으로 치매를 유발시킨 쥐에게 ALWPs를 투여했더니 대뇌피질과 해마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침착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알아냈다.
또 동일한 뇌 부위에서 신경세포를 망가뜨리는 주 원인인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도 억제해 주는 것이 확인됐다. 알츠하이머병 예방과 치료제로서의 가능성과 뇌의 기능 이상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ALWPs가 뇌 염증을 억제하는 다양한 기전(상황)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뇌 염증 관련 물질인 IL-1베타, TLR4, FAK, NF-kB 등이 모두 억제되는 효과를 나타냈다.
면역 반응을 통해 뇌염증을 유발하고 미세 아교세포를 활성화하는 물질인 ‘LPS’(지질다당류)도 ALWPs에 의해 억제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휴한의원 네트워크 위영만 대표원장은 “ALWPs를 구성하는 각각 약재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각각 약재는 의미있게 뇌 염증을 억제하지 하지 못했으나 ALWPs 전체를 투여했을 경우 훨씬 강력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한국뇌연구원 허향숙 책임연구원은 “ALWPs는 뇌 염증으로 유도된 기억력 퇴화를 회복시키으로써, 뇌염증으로 인한 질환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