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희생자 7명 중 4명이 빈소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사건 관계자들에 의하면 고대안암병원에 시신이 안치됐던 장모(72)씨는 장례도 없이 지난 11일 화장을 치렀다. 서울백병원으로 이송된 양모(57)씨와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된 이모(62)씨도 유족들이 빈소를 차리지 않고 바로 화장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중 최연소인 조모(35)씨 역시 빈소 없이 입관식을 끝으로 가족 곁을 떠났다. 유족들은 사고 당일인 지난 9일 지방에서 올라와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위해 임시로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조씨 곁을 지켰다. 조씨 가족은 10일 입관식 후 하룻밤을 더 임시 장례식장에서 보낸 후 고향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 최근엔 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으로 일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들은 빈소를 차려도 찾아올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가족이 참사를 맞은 사실이 알려지면 예상되는 주변의 시선, 경제적 상황 등 여러 사정으로 빈소를 꾸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3명은 빈소를 차린 후 장례절차를 마쳤다. 조모(78)씨는 서울대병원에 시신이 안치됐다가 유족 뜻에 따라 고향으로 옮겨졌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된 김모(56)씨 유족은 빈소를 차리고 지난 11일 발인을 마쳤다. 일본인 O씨(53)는 이송됐던 강북삼성병원에 영안실이 없어 가평의 한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9일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 건물 3층에서 불이나 화마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이 사건으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고시원 301호 거주자의 전열기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일 경찰과 소방당국은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발화기기를 수거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정확한 감식 결과가 나오려면 최대 3주가 걸릴 예정이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