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물결’ 일본 취업 문제 없을까?… 취준생도, 일본기업도 “상관없어요”

입력 2018-11-13 05:00
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 일본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일본에 정말 혐한이 심한가요? 워홀(워킹 홀리데이)가지 말까 봐요”

지난 2일 한 일본 취업 카페에 ‘혐한’ 분위기를 우려하는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후 일본 현지에서 혐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지민이 원자폭탄 투하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혐한 감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10일 일본 도쿄역 앞에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대형 욱일기를 들고 “죽어라. 한국”을 외쳤다.

일본 내에서 거세게 퍼지고 있는 혐한 감정에 대해 일본 기업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별로 신경 안 써요”

놀랍게도 일본 취업을 준비 중인 취준생 대부분은 혐한 분위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올해 일본 기업에 합격해 출국 예정인 이양우(24)씨는 “나는 (일본 기업 취업을 준비하면서 혐한 감정을) 전혀 못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박람회에서 면접 인사 담당자분들과 얘기를 했을 때 오히려 ‘왜 정부에서 그렇게 혐한 감정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더라”며 “어릴 때 일본에서 살았는데 일본 사람들 자체가 개인주의가 심해서 혐한 등 정치적인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일부 사람들만 관심이 있다.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 중에 혐한 테러를 당한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9월부터 일본 취업을 준비한 이도훈(27)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주변에서 들은 얘기도 없는 데다 앞으로 내가 이루려는 목표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일본의 혐한 감정 등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도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인 구직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선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정부의 해외 취업 관련 기관들이 연합해 마련한 ‘2018 일본 취업박람회장’이 열렸다. 112개의 일본기업이 참여했고, 1000여명의 구직자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이유로 참여를 거부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참여를 신청한 115개의 기업 중 3개의 기업만 사정상 참여하지 못했을 뿐이다.

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 일본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한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정혁 코트라 글로벌일자리 실장은 “일본 기업들도 박람회에서 ‘그런 정치적인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얘기했다”며 “실제로 아직 혐한 감정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 일본은 사람이 필요하고 우리 청년들은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필요한 ‘윈-윈’의 상황이라서 정치적 부분이 크게 영향을 끼칠 거라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코트라는 한국 취업자들이 일본 기업에 취업한 후에도 현지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취업자들이 ‘혐한 테러’ 등을 당할 경우 코트라에 문의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최초로 ‘일본 취업박람회’가 열릴 만큼 일본 취업시장에 대한 한국 취준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일본의 인력난이 한국의 취업난과 맞물려 한국 취준생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는 분위기다. 일본기업도 한국 인재를 원하고 있다. 코트라의 일본 구인기업 177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외국인 인재 채용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인재를 채용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96%에 달했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