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숙명여고에서 시험문제가 유출된 것이 맞다는 수사 결과를 12일 내놓은 가운데, 숙명여고 측은 쌍둥이 자매 성적 재산정(0점 처리) 및 퇴학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고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으로 학교에 대한 신뢰에 상처를 준 점을 사과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학교 측은 “교육청 및 전문가의 자문과 학부모회 임원회의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학업성적관리위원회와 선도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전 교무부장 A씨(53) (쌍둥이)자녀들의 성적 재산정(0점 처리) 및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쌍둥이는 아버지 A씨 구속 직전인 1일 학교에 자퇴서를 냈지만 학교는 퇴학 절차에 들어갔다. 숙명여고 학생생활규정에는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시험문제를 사전에 절취하거나 절취 후 누설한 학생’에게는 사회봉사·특별교육·퇴학처분이 가능하다고 명시 돼 있다.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성적 ‘0점 처리’도 진행된다. 쌍둥이 성적이 0점 처리되면 등급 간 경계에 있는 학생들 성적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숙명여고는 A씨에 대해 “파면을 징계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라면서 “교육감 및 교육청과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한 결과 실제로 시험지 유출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임 교무부장 A씨와 그의 쌍둥이 자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7월 동안 총 5번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했다. 경찰은 쌍둥이가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까지 5차례에 걸쳐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시험지 유출 의혹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여러 증거를 찾아냈다. 가장 유력한 증거는 정답표가 기재된 쌍둥이 동생의 암기장이다. 여기에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시험 문제 정답이 적혀있었다. 경찰이 공개한 쌍둥이의 포스트잇에도 시험 문제 정답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또 쌍둥이 동생 휴대전화에서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발견됐다.
쌍둥이는 “시험이 다 끝난 후 채점하기 위해 작성해 저장해둔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은 함께 입건된 전 교장과 교감, 고사총괄 담당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지침을 따르지 않고 A씨를 고사 검토에서 배제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실만으로는 학업성적 관리 업무 방해를 방조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