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쓰레기→재활용품’ 소송, 법원 “부적법하나 경청할만한 의견”

입력 2018-11-12 14:58


한 시민이 ‘재활용쓰레기’라는 표현 대신 ‘재활용품’을 써야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합리적인 제안”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은 시민 변모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부적절한 용어 사용을 금지해야한다”며 낸 소송에서 각하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이 구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소송을 청구한 내용이 법적으로 판단 대상이 되지 않을 때 심리를 개시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변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도로변에 설치된 재활용품 수거함의 ‘재활용품’ 표기가 ‘재활용쓰레기’로 바뀐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재활용쓰레기’ 대신 ‘재활용품’ 표기로 바꿔달라고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민원을 거부했다. 국립국어원 문의 결과 ‘재활용쓰레기’는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로 정의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이유였다. 변씨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이 없다”며 “사람들이 일반쓰레기통으로 오인해 일반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가 재차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변씨가 제기한 소송이 의무이행 소송에 해당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무이행 소송이란 법원이 행정청의 처분을 취소하고 판결 취지에 맞게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하 할 수 있는 소송이다. 우리 사법체계는 의무이행 소송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원이 적극적으로 행정청에 작위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행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씨 제안은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며 “이는 충분히 경청할만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