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년 만에 공개하는 용산미군기지, 접수 2분 만에 마감

입력 2018-11-12 10:46

오전 8시 55분. 휴대전화와 노트북 화면을 열었다. 동일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9시까지 남은 시간은 1분. 손이 바빠졌다. 오른손으로는 마우스를 클릭했고 왼손으로는 휴대전화의 화면을 눌렀다. 드디어 오전 9시. 클릭하던 오른손은 곧바로 휴대전화로 향했다. 침착하면서도 빠르게 입력하라는 정보를 적어 내려갔다. 정보를 모두 입력하고 확인을 클릭하는 순간 팝업 창이 떴다.

“정원을 초과했습니다.”

12일 114년 만에 일반에 공개되는 첫 용산기지 버스투어 신청접수는 2분도 안 돼 마감됐다. 이날 용산문화원은 다음달 7일과 14일 두 차례 진행할 용산기지 버스투어 1회차, 2회차 신정접수를 받았다. 회차별 인원인 33명 중 22명은 홈페이지, 11명은 일반전화로 신청을 받았다.

2년 전 열린 ‘용산공원조성계획 추진상황설명회’에 참석했던 터라 용산공원 조성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신청접수에 도전했다. 용산공원은 2003년 평택 이전이 결정된 미군기지 부지에 국가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정부 계획이다. 정부는 243만㎡에 달하는 용산공원을 뉴욕 센트럴파크(341만㎡)에 육박하는 초대형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2027년 완공이 목표다.

당시 설명회 땐 용산기지에 접근할 수 없었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설명회를 들은 뒤 인근 고층 건물의 옥상에서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이번 버스투어는 지역주민과 전문가가 바라는 용산공원의 모습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직접 용산기지를 둘러보며 체험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기획했다.

운 좋게 모바일폰으로 신청 화면 접속에 성공했지만 인적 사항을 입력하는 손은 너무 느렸다. 한글 이름과 영문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와 집 주소, 이메일 주소를 쓰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 스마트폰 자판을 빠른 속도로 터치하는 ‘엄지족들’을 이길 수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군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청자가 많아도 인원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면서 “내년에도 투어는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버스투어는 미군기지 내 사우스포스트 벙커, 121 병원, 위수감옥, 한미연합사령부, 한미합동군사업부단, 병기지창 등 역사·문화적으로 유의미한 장소를 둘러 볼 것으로 보인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