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2일 수원야구장.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 9회말까지 8-8로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당시 시간은 오후 10시13분. 관중들은 연장전을 기대했지만 경기는 무승부로 끝나 버렸다. 당시 존재했던 ‘4시간 경기제한 규정’ 때문이었다. KBO가 그해 신설한 규정이었다. 경기 시작 후 4시간이 지나면 새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흘 뒤인 그해 10월 25일 대구시민야구장. 1승1무1패로 맞서 있던 상황. 삼성 투수 배영수는 비공식 10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이번에 12이닝 제한 규정에 걸려 또다시 무승부가 발생했다. 나흘 뒤 10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 이번에도 4시간 제한규정에 막혀 6-6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초유의 3무였다. 그해 현대는 9차전까지 치러 4승 3무 2패로 우승을 기어이 차지했다.
이때를 제외하고 한국시리즈가 9차전까지 치러진 적은 없다. 규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9경기 한국시리즈다.
현재 KBO규정에는 포스트시즌의 경우 연장전은 15회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시간 제한 규정은 사라졌다. 또 무승부로 끝날 경우 해당 경기는 각 시리즈 별 최종전이 끝난 후 무승부가 발생한 구장에서 이동일 없이 치러지게 된다. 이 경우 무승부가 발생한 구장의 구단이 홈팀이 된다. 한 시리즈에서 2경기 이상 무승부가 나올 경우 1일의 이동일을 두고 연전으로 치러진다.
이밖에도 삼성의 통합 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없었던 1985년을 제외하고 매년 새로운 기록들이 쌓여가고 있다. 그 중에는 단일 9경기 한국시리즈 등 깨기 힘든 불멸의 기록들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이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기록했던 단일시리즈 4승은 34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 깨기 힘든 기록이 될 전망이다. 보통 KS 진출팀들이 선발진을 3~4명으로 꾸리는 이상 선발 투수가 4차례 등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펜 투수들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론 2~3승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선동열이 1988년 10월 19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펼쳐진 빙그레 이글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잡아낸 14개의 탈삼진 기록도 30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소속 벤 헤켄이 기록한 연속 타자 범타 기록도 도전이 쉽지 않은 기록 중 하나다. 30타자 연속 범타다. 2014년 11월 4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1차전부터 4차전까지 이어지며 수립된 기록이다.
삼성 박한이가 갖고 있는 통산 최다 경기 출장 기록도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63경기다. 2001년 6경기를 비롯해 2015년5경기까지 15년의 세월 동안 만들어낸 기록이다. 두산 소속이던 타이론 우즈가 2001년 10월 28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삼성과의 6차전에서 기록한 145m짜리 홈런도 의미있는 홈런이다. KS 역사상 최장 거리 홈런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록 중 하나가 현대 유니콘스 소속이던 정명원이 1996년 10월 20일 해태 타이거즈와의 4차전에서 기록한 노히트노런은 영원히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