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상자’ 의혹 발언으로 비난 여론에 휩싸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의심받을 만한 위험한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재반박했다.
귤 상자 논란은 홍 전 대표가 11일 북한의 송이버섯 답례로 제주 귤 200t을 보낸다는 청와대 발표에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냐”고 비꼰 데서 시작됐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하며 “이미 그들은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수억 달러를 북에 송금한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또 “최근엔 유엔제재를 무시하고 석탄을 몰래 거래한 사건도 있었다”며 “이러다 한국이 미국이나 유엔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을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 살얼음 딛는 듯한 요즘”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선물한 북한산 송이버섯 2t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귤 200t을 보냈다고 발표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홍 전 대표의 발언에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김익환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홍 전 대표의 카더라 통신이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며 “과거 기득권 부패 정치인들이 사과 박스에 돈을 넣고 은밀한 거래를 했던 것처럼 검은돈이라도 넣었을 거라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김 부대변인은 “귤 상자에 사과라도 들어 있다는 말이냐”며 “이런 식의 비판은 안 하는 게 낫다. 정부 여당에 대한 정상적인 비판마저 홍 전 대표의 입을 거치면 희화화되고 정부의 지지율은 상승한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너무 나갔다”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차라리 귤을 보내는 것을 노골적으로 반대하지, 얄팍한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꼼수”라며 “홍 전 대표께서 귤 상자를 의심한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라”고 촉구했다.
홍 전 대표도 이에 지지 않고 맞섰다. 그는 “DJ(김대중) 시절에 청와대 고위층이 LA 친지를 일주일 정도 방문하면서 난 화분 2개만 가져갔다고 청와대를 통해 발표했지만 트렁크 40여 개를 가져간 사진이 들통 난 적이 있다”며 “우리가 그 트렁크 내용물이 무엇이냐고 아무리 추궁해도 답변 않고 얼버무린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도 칠보산 송이 선물을 받은 일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답례로 선물을 보낸 일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정권의 속성상 대북제재가 완강한 지금 그런 형식을 빌려 제재를 피해 가려는 시도도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아마 상식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전 대표는 또 “의심받을 만한 위험한 불장난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