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시달리다 아빠에게 살해된 엄마…심신미약 감형 반대”

입력 2018-11-12 05:00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남성의 딸이 “아빠의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이어 벌어진 아내 살해, 가해자 아빠에 대해 중형 선고를 요구하는 자녀들,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가해자 등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과 닮은 점이 많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구월동 살인사건 세 자매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첫째 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아빠라는 사람이 소중한 엄마를 저의 생일날 끔찍하게 해쳤다”면서 “15년간 내 아빠였던 사람이지만 떠난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만큼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글쓴이는 “아빠는 저희에게 관심이 없었고 어릴 적부터 엄마를 폭행했다”며 “매일 술을 마셔 저희는 아빠가 오기 전에 자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엄마는 자신보다 저희 자매를 생각해 버텼다. 저와 동생이 엄마에게 권유해 엄마가 이혼을 결심한 것”이라며 “구월동에서 아빠 없는 네 식구 생활은 비좁은 월세방이지만 아주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끔찍했던 가정폭력은 살인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13일 오후 8시15분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주택가에서 글쓴이의 아빠인 A씨(47)는 별거중이던 아내 B씨(40)를 찾아가 흉기로 복부 등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당시 A씨는 자녀의 뒤를 밟아 거주지를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별거 후 자녀들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며 “아픈 나를 두고 집을 나가버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데 자신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청원에는 11일 기준 3200명 가량이 참여했다. 글쓴이는 “부디 심신미약으로 벌이 줄어들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